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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총통 지지자도 ‘중국과 통일’ 반대 기류
평화협정 등 정치문제로 논쟁 재점화될 듯 중국-대만 양안 화해정책에 대한 ‘심판론’ 성격으로 진행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이 승리하면서, 양안관계는 안정 궤도에 오르게 됐다. 한편으론 대만과 중국이 경제 분야의 ‘햇볕정책’을 넘어, 통일을 염두에 둔 ‘정치 변화’까지 나아갈지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안에서는 마 총통 2기 동안 중국과의 정치적 접근이 추진될지가 민감한 주제로 떠오른 상태다. 마 총통은 14일 당선 축하 행사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 먼저, 정치는 다음(先經後政)’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정치 대화 시작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거 직전인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도 마 총통은 “중국과 평화협정 추진 논의는 당분간 없을 것이고 국가의 필요와 국민의 동의, 의회 통과라는 조건이 있어야만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 총통이 지난해 10월 ‘중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공약을 밝히자, 민진당은 “중국과 통일을 추진해 대만의 주권과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양안 ‘정상회담’이 추진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마 총통은 “(당 주석이 아닌) 중화민국 지도자 명의로만 외국을 방문할 것이며 지금으로선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양안 간에는 대만 국민당 주석과 중국 공산당 당서기 회동 형식의 만남이 2005년과 2008년 이뤄졌으나, 정상회담은 없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경제·인적 교류는 적극 확대하되 정치 문제는 미뤄두는 기존 정책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알렉산더 황 대만 탐캉대 교수는 “2008년 총통 선거에 비해 이번에 마 총통의 득표가 100만표 이상 줄어든 것은 중국의 정책에 대만인들의 의구심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라며 “양안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도 올해 말 시진핑 지도부가 새로 들어서면 경제 둔화와 사회 갈등 격화 등 국내 문제에 해결에 집중하느라 양안관계의 큰 변화를 추진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마 총통을 지지한 대만인들도 중국과의 통일은 반대하는 여론이 강한 현실을 고려해, 현상을 유지하면서 교류를 확대해가는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베이 시민 쉬중칭(62)은 “마 총통을 찍었지만 중국과의 통일은 안됐으면 좋겠다”며 “경제관계는 더욱 밀접하게 하돼 대만은 대만이, 중국은 중국이 관리하는 현상유지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제관계 강화는 꾸준히 속도를 내며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줘정둥 국립대만대 교수는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적용 대상을 계속 확대해가고, 학자나 퇴임 공무원 등 인적 교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과 중국의 경제 일체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위전화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 연구원은 “2008년 선거 이슈는 ‘중국에 문을 열 것이냐’였다면 이번에는 다시는 중국에 문을 닫을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취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는 14일 선거 패배를 공식 인정하고 당 주석직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민진당을 결집시키고 돌풍을 일으킨 그가 앞으로도 대만 정치에서 계속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않다. 타이베이/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마잉주 승리 일등공신 ‘아내 저우메이칭’ 짧은 머리·청바지 수수한 모습
여야 넘어 “메이칭 언니” 환호 “아내에게 특별히 감사한다. 아내는 가정 안에서 영원한 야당으로서 항상 엄격한 기준으로 나를 시험하고 격려해줬다.” 14일 밤 타이베이의 국민당 선거본부 앞에서 열린 당선 축하행사에서 마잉주 대만 총통은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아내 저우메이칭(59)에게 감사를 표하며 포옹했다. 마 총통뿐 아니라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퍼스트레이디 저우메이칭을 마 총통 재선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꼽고 있다. 민진당 차이잉원 주석의 강력한 도전으로 마 총통이 고전하던 상황에서 저우메이칭은 선거운동 막바지에 마 총통과 별도로 민진당의 아성인 남부 지역을 돌며 홀로 지원유세를 벌였다. 그가 가는 곳마다 인파가 몰려 ‘메이칭제’(메이칭 언니 또는 누나)를 외쳤고, 미소를 짓고 몸을 낮춰 인사하는 그와 악수를 나누기 위해 줄을 섰다. 남편의 기호 2번을 상징하는 ‘브’(V)자를 그리는 그의 모습은 언론에 집중 보도됐다. ‘우리의 퍼스트레이디를 바꾸지 말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 양극화 현상이 심한 대만에서 저우메이칭은 정당의 경계를 넘어 고른 지지를 받는 드문 인물이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0%가 그를 지지했다. 그의 인기 비결은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과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행보에서 나온다. 마 총통 여동생의 친구였던 저우는 뉴욕대 로스쿨 유학 시절 함께 유학중이던 마 총통과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법률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왔고, 2008년 남편의 총통 당선 뒤에도 한동안 일을 계속 했다. 남편의 총통직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한 뒤에도, 정치에는 개입하지 않고 정치 행사에도 잘 등장하지 않으며 공익 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항상 짧게 깎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에, 청바지를 자주 입는다. 이런 모습이 천수이볜 전 총통의 부인으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다 거액의 부패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전임 퍼스트레이디’ 우수전과 비교되면서, 대만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타이베이/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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