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17 14:06
수정 : 2012.01.17 21:36
해류이상 뒤 조류 행동변화
세계적 대형 독감 원인 의심
라니냐와 유행성 독감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결과 나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를 인용해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돼지 독감 등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4개의 독감이 모두 라니냐 이후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계속되는 이상해류 현상을 뜻한다.
독감 발생시점이 라니냐 직후라는 것 이외에, 구체적 연결고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 과학자들은 라니냐 기간에 독감을 운반하는 새들의 이동 패턴이 바뀌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야생 조류들이 엘니뇨와 라니냐 사이에 이동할 때 비행 패턴과 체류지, 털갈이 횟수가 다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유행병들의 공통점은, 인간이 면역력을 갖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 형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형질은 새나 돼지 같은 동물을 전염시키는 두 가지 형질이 유전 물질을 교환할 때 만들어진다. 제프리 셔먼 뉴욕 콜롬비아대 교수는 <비비시> 인터뷰에서 “라니냐가 새들에게 ‘다른 경우라면 섞이지 않았을’ 유전자 재편성을 일으키게 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생 조류가 이동 중 때때로 농장을 방문할 때,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농장의 오리와 닭들이 종종 돼지 옆에 살고 있는데, 이것이 ‘유전자 재편성’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4개의 독감을 유행시킨 라니냐 이외의) 다른 많은 라니냐 이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유행병이 번지지 않았다는 점도 놓치지 않고 있다. 기후 현상이 유행병 가능성을 높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그래서 유행병 예측의 도구로 쓰이기엔 라니냐와 독감의 관련성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고 경계하고 있다. 다만, 돼지독감·조류독감의 빈발과 함께 새·돼지·사람과 독감 바이러스의 형질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이론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은 듯싶다. 셔먼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 우리는 수많은 새와 돼지 사람 속에서 바이러스 유전자의 흐름을 볼 수 있고, 통계적으로 좀더 확실한 결과물과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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