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24 21:25
수정 : 2012.01.24 21:25
가구당 보조금 총액 제한 법안
“어린이 8만명 거리 나앉을 판”
여론 악화되자 상원 법안 제동
영국 보수당 정부의 불도저 같은 복지 혜택 축소 정책이 ‘어린이 복지 삭감’이라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만나 주춤하는 모양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재정적자와 놀고 먹는 인구를 줄이겠다며 지난해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총액을 제한하는 ‘복지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가족 수에 상관없이 가구당 정부 보조금의 상한선을 주당 500파운드(약 88만원), 총액 2만6000파운드(4570만원)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복지단체인 ‘어린이들의 사회’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수만명의 어린이들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하고 약 8만여명의 어린이들이 무주택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내놨다. 보조금 상한제 대상에 주택 보조금 2만800파운드가 포함되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싼 지구를 중심으로 길거리에 나앉는 대가족 가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특히 영국 성공회는 지난 20일 총리실에 의견서를 보내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형 주택에 거주하는 대가족의 경우, 거주 공간을 잃게 되고 어린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리폰·리즈 지구의 존 패커 주교도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취약계층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면서 “부모가 실업자인 아이들이 큰 고통을 겪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이언 던컨 스미스 고용연금장관은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일년에 2만6000파운드나 받고도 빈곤계층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즉각 수습에 나섰다. 일요 신문 <선데이 타임스>에서는 “복지 개혁안은 실업자들을 일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영국 상원은 23일 정부의 보조금 상한제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2만6000파운드의 상한선 대상에서 ‘어린이 혜택’은 배제하자는 법안이 252대 237로 가결된 것이다. 이 표결에는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동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 “정부는 이제, 보조금 상한제 대상에서 어린이 혜택을 제외시킬지, (혜택 축소가) 좀 더 완화된 과도기 법안을 제안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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