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폐그제 폐지
중국 정부가 21일 위안화 평가절상과 달러화 페그제 폐지를 전격 발표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저녁 1달러에 8.28위안으로 고정(페그)돼온 위안화를 8.11위안으로 2% 절상한다고 밝혔다. 위안화 절상은 10여년 만의 일이다. 인민은행은 또 “위안화는 더이상 달러에만 연동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외환거래 상황에 따라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다양한 외환에 연동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가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상하 0.3% 범위에서 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미국 등으로부터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중, 사실상 변동환율제로 한발짝
위안화 전격 절상의 의미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미국 등 서방의 압력에 끈질기게 버텨온 중국이 21일 위안화 절상과 달러화 페그제 폐지를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과 국내 기업에 끼칠 충격을 감안해 절상폭을 예상보다 상당히 작은 2%로 맞췄다. 중국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위안화 절상과 바스켓 제도 도입을 발표한 것은 올 상반기 성장률이 9.5%로 경기과열이 진정되지 않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계속 늘어나 더이상 서방의 압력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달래기’ 성격이 강한 이번 조치에 대해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21일 “전세계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일단 환영하면서도 “지켜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장규 대외경제연구원(KIEF)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중국 정부의 상황을 고려해 절상폭이 5%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왔지만 폭이 작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불만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대폭 절상하면 성장률과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한계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는 것은 물론 농산물 가격 인하로 9억 농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절상폭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성장·외환여유…소폭변동 타이밍 절묘
“싱가포르식 복수바스킷제 벤치마킹한 듯”
시장, 추가 조치에 관심=이제 시장의 관심은 중국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추가적인 절상 조처를 저울질하겠지만, 당장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범수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장은 “중국이 정책을 내놓은 다음에는 상당한 기간을 두고 효과를 평가한 뒤 후속 행동에 나서기 때문에 당장 추가 조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더는 달러화에 페그(연동)시키지 않고 외환 바스켓에 연동시키겠다고 밝힌 것은 준변동환율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좀더 자유로운 환율시스템을 도입으로 나아가기 위해 외환거래시스템 개선을 시작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주흔 한국은행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는 “일단 중국 당국의 조처는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기대가 만연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 것이고, 바스켓을 고려해 어느 정도 변동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준변동환율제, 변동폭 최소화할 듯=김대식 우리은행 국제업무지원팀 수석 부부장은 “바스켓에는 일단 지난 5월 상하이 환율거래센터가 개장하면서 거래되기 시작한 8가지 외환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바스켓 제도는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 변화에 따라 위안화 변동폭을 줄일 수 있고, 중국 정부가 각 외환마다 비중을 두어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유로화 등 복수 통화와 연동시키되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를 절충하는 싱가포르식 복수바스켓제를 중국 당국이 많이 참고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바스켓제도가 도입되지만 이로 인해 당장 위안화가 크게 변동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떠안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하루 변동폭이 전일 종가 기준 상하 0.3%로 책정됐으나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변동 수준을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경제 영향은 크지 않을 듯=이번 위안화 절상은 위안화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오히려 원화가치 하락(환율상승)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순효과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 이영균 부총재보는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며 초반에 심리적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후 환율 상승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절상 발표 직후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는 단기적인 영향으로 1개월물 원-달러 환율이 21일 서울 외환시장 종가에 비해 15.5원 하락했고, 런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도 2% 가량 하락했다. 위안화 절상은 또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엘지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컴퓨터·화공품 등의 대중국 수출은 감소하겠지만, 제3국 시장에서 중국제품에 대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향상돼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컴퓨터·가전제품 등의 수출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당장 환율이 하락해도 어느 정도 지나면 곧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재정경제부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6s베이징/이상수 특파원, 김성재, 박민희 기자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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