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26 21:02
수정 : 2012.02.26 21:02
이슬람 극단주의 성지 될까 우려
파키스탄정부, 중장비 동원 해체
파키스탄 정부가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될 때까지 살고 있었던 아보타바드의 저택을 허물기 시작했다.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성지가 될 수도 있는 껄끄러운 상징물을 없애버리기 위해서다.
<에이피>(AP) 통신은 25일 중장비가 지난해 5월 미군 특공대의 작전으로 빈라덴이 사살됐던 3층 가옥을 해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3대 이상의 크레인이 동원됐으며, 환하게 빛을 비추고 밤새도록 철거 작업이 벌어졌다고 이 지역 주민들은 전했다. 철거 초반에는 대규모로 동원된 경찰이 주변을 둘러싸고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기도 했다.
미국은 당시 작전으로 오랜 숙원이던 빈라덴 제거에 성공했으나 이후 미-파키스탄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파키스탄은 미군이 통보도 없이 영공을 침범한 것에 크게 반발했고, 미국도 빈라덴이 이 지역에 6년 동안 누구의 눈에 띄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파키스탄 정부의 조력 덕분이라고 의심해 왔다. 안그래도 미군 무인기의 잇따른 폭격으로 사상자 규모가 커지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 관계가 이 사건을 계기로 파탄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해체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이곳이 알카에다 추종자들의 성지가 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미군은 빈라덴의 장지가 성지화될 것을 우려해 위치를 알리지 않은채 그를 아라비아해에 수장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빈라덴의 저택은 사살작전 뒤 곧바로 철거하기로 결정됐으나 그동안 수사의 마무리를 위해서 미뤄져왔다”며 “저택이 전세계의 화제가 되면서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이 지역의 보안문제도 심각해졌다”는 한 파키스탄 관리의 말을 전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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