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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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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O형, 신장 165㎝ 유전정보도 추가로 밝혀져 아이스맨은 왜 죽었을까? 20년 전 알프스 산맥의 얼음 속에서 발견돼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청동기 시대 사람 ‘아이스맨’을 둘러싼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발견돼 고고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학 전문 포털인 <사이언스 데일리>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 등은 28일 이탈리아와 독일 등 국제 연구팀이 아이스맨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그가 라임병 병원균에 감염돼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스맨은 1991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외츠 계곡의 얼음 속에서 미라로 발견돼 ‘외치’ 또는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에 대한 유전 정보는 이미 18개월 전에 완전히 해독돼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그가 숨질 때 45살 정도였으며, 혈액형은 O형이고 심장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특징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 정도를 추가한 것이다. 아이스맨의 체중은 50kg 정도로 추정되며 신장은 1.65m로 ‘숏 다리’였다. 그동안 유럽 고고학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아이스맨의 사인을 찾기 위해 다소 집착증적으로 보이는 연구를 거듭해 왔다. 처음엔 그가 눈과 바위로 뒤덮인 3000m 넘는 고산지대에서 넘어져 동사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그러나 2001년 촬영된 엑스레이 촬영에서 왼쪽 어깨에 화살촉이 발견되며 이 가설은 깨지게 된다. 정확한 사인을 알려면 해부를 해야 했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이 귀중한 자료를 훼손할 수 있는 해부를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2007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컴퓨터 단층촬영 결과 동맥 손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인이 확정됐다. 이후 고고학자들의 관심은 그가 왜 바위와 얼음 밖에 없는 해발 3000m가 넘은 이곳에 와 홀로 죽었을까로 모아졌다. 다른 부족과의 싸움에 패배해 산을 넘어 도망가던 중에 사망한 것일까, 가축을 고지대에 방목하던 중에 사고사한 것일까. 이탈리아 연구팀이 2007년 설득력 있는 가설을 내놓았다. 아이스맨의 소장품을 분석한 결과 그는 알프스 산맥의 고도 700m 지점에서 죽었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의해 3000m 지점까지 옮겨져 묻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가 지니고 있던 장식품들이 미완성인 작품이고, 옷에는 4월께 날리는 꽃가루가 붙어 있었지만, 주변 대지에는 8~9월께 피는 꽃의 꽃가루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그가 주변 부족들과 전쟁에서 희생된 뒤 3~4개월 지나 마을 사람들이 그를 3000m 지점에 땅에 묻었고, 그 무덤이 얼음에 쌓여 지금까지 보존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흥미로운 ‘뒷얘기’는 이후로도 이어졌다. 아이스맨을 발견과 조사에 참여한 이들이 잇따라 숨지는 기이한 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를 발견한 7명의 법 의학자 가운데 한 명이 사고로 숨졌고, 관련자 한명은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아이스맨을 처음 발견한 부부 가운데 남편도 얼마 뒤 사망했다. 사람들은 “미라의 저주”라고 몸을 떨었지만, 과학자들은 “그의 발견과 관련된 수백명 가운데 단지 세명이 숨진 것일 뿐”이라며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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