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06 12:05
수정 : 2012.03.06 12:05
일 언론들, 한국 최초 생태 정당 소식 전해
“한국에서 탈원전을 기치로 내건 녹색당이 탄생했다.”(<아사히신문>)
“올 4월 총선에서 후보를 내세울 예정!”(<니혼게이자이신문>)
“정책 목표는 2030년까지 탈 원전을 이뤄내는 것.”(<산케이신문>)
시각의 차이일까, 감수성의 차이일까? 지난 4일 창당된 한국 최초의 생태 정당인 녹색당의 창당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한국 언론이 아닌 이웃 나라 일본 언론들이었다. 지난 5일 한국의 조간신문을 보면 <경향신문>이 녹색당의 창당 소식을 1면에 단신으로 다뤘고, <한겨레>가 하승수(44) 사무처장의 인터뷰를 실었을 뿐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대부분의 유력 언론들은 이 뉴스를 취급하지 않았다.
올해 한국에서 녹색당 창당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3월11일 일본에서 터진 동일본 대지진과 그에 따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원전 사고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4년과 2007년에도 녹색당을 만드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창당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현행 정당법상 정당은 다섯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춰야 하고, 한개 시도당에는 최소 1천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한다. 즉, 창당을 하려면 전국에 고르게 흩어져 있는 당원 5천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풀뿌리 단체들이 힘을 모아 그만한 당원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 녹색당이 6644명의 당원을 끌어 모아 창당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 나라 일본의 원전 사고를 목도한 많은 한국인들이 녹색당이 주장하는 ‘탈 원전’의 외침에 공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원전의 위험성을 뼈에 사무치게 경험하고 있는 일본 언론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명박 정권의 원전 확장 정책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이번 창당을 이끌었다”며 “이번 총선에 나서는 야권 모두가 원전 정책을 재고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국에서도 ‘탈 원전’이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녹색당을 만들려는 구상은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지난해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를 보고, 한국에서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창당이 구체화될 수 있었다”고 창당의 배경을 설명했다. 보수적인 <산케이신문>도 “녹색당이 이번 선거에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부산 해운대·기장을)과 지난해 12월 원전 후보지로 선정된 경상북도 영덕(영덕·울진·영양·봉화) 2곳에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 있게 전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원전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5일 “지난해 여름 원전 없이도 일본은 전력 부족을 느끼지 않고 한 해를 잘 넘겼다”며 “전력 회사들은 (전력이 부족하니 원전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만 거듭하지 말고) 전력 수급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의 창당을 정치공학적으로만 해석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한국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한국의 ‘탈 원전’은 녹색당의 예상보다 멀고 더딜 것만 같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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