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13 21:15
수정 : 2012.03.13 21:34
움직이는 ‘노숙인 4G 기지국’?
미국 텍사스주 박람회서
중계기 메고 통신망 제공
“추악한 방법” 비난 확산
노숙자들이 ‘인간 와이파이’가 됐다?
영국 마케팅회사 비비에이치(BBH)의 미국 뉴욕 지사가 노숙자 13명이 4세대(4G) 데이터망을 제공하는 기기를 들고 다니게 하는 ‘홈리스 핫스폿’ 서비스를 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등이 12일 보도했다.
비비에이치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고 있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음악·영화·기술박람회에 맞춰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노숙자들은 모두 ‘홈리스 핫스폿’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박람회가 열리는 오스틴 컨벤션센터 주변을 돌아다니며 데이터 통신망을 제공하고, 사람들은 요금을 내고 이 망을 이용하게 된다. 비비에이치는 15분에 2달러 정도를 적정 요금으로 제시했지만, 정확한 금액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기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더 내도 된다는 뜻이다.
비비에이치는 사용료가 모두 와이파이망을 제공한 노숙자에게 돌아가는 공익 캠페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 노숙자들에게 지역 신문을 돌리게 했던 캠페인의 ‘현대판’이라는 말이다. 공식 누리집(homelesshotspots.org)에는 참가 노숙인들의 인생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노숙자들의 현재 위치도 구글맵을 통해 알 수 있게 했다. 참가자 중 한명인 클래런스는 태풍 카트리나 때문에 집을 잃고 노숙자로 전락했으며, 스테이샤는 폭력적인 남편한테서 도망쳐 10여년이나 노숙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이 캠페인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추악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것이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반면 참가 노숙자 중 한명인 멜빈은 온라인 전문지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람들(비비에이치)은 노숙자들을 돕기 위해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노숙자 잡지인 <빅 이슈> 창간인 존 버드는 “이 캠페인은 노숙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게 만든다”고 비판하면서도 “만약 캠페인이 진심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노숙자들이 궁극적으로 콘텐츠의 유통자 역할을 하게 도울 수도 있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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