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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9 21:03 수정 : 2012.03.20 08:51

분기별로 주당 2.65달러
연 100억달러 들어갈듯
자사주매입도 나서기로

현금만 약 1000억달러, 우리돈으로 따지면 112조원을 끌어안고 있던 애플이 보유 현금 가운데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무려 17년 만의 배당이자,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노선’과 결별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애플은 19일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콘퍼런스콜(화상회의)을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우선 애플은 2012년 회계연도 4분기가 시작되는 7월1일부터 분기별로 주당 2.65달러씩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은 주주 배당에 연 100억달러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애플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1.8%로, 마이크로소프트의 2.5%에는 못 미치는 수치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또한 애플은 2013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9월30일부터 3년 동안 100억달러어치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배당으로 일부 주식가치가 희석될 수 있지만, 자사주 취득으로 이를 대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는450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이러한 결정은 잡스가 고집스레 지켜온 ‘현금 보유’ 원칙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1997년 경영난에 빠져 있던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회사에 현금이 거의 바닥난 것에 매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그는 현금이 생기면 사업에 재투자하거나 필요할 때를 대비해 쌓아놓기를 원했다.

하지만 문제는 애플이 그의 복귀 뒤 너무 잘나간 데서 생기기 시작했다. 애플의 주가는 주당 500달러를 진작에 넘어섰고 지난주에는 잠깐이지만 6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주가는 45%나 급등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3억4000만달러(약 19조4555억원)로 삼성전자의 1년치 영업이익(146억달러)보다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거의 없고, 배당마저 하지 않으니 회사에 현금이 무더기로 쌓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잡스는 현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애플의 현금 투자 수익률은 1%에도 못 미치며, 이는 말 그대로 현금을 썩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그사이 주주들의 불만도 높아져 갔다. 대부분의 가치주 투자펀드들이 배당을 하지 않는 회사의 주식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을 만큼, 이익의 배당은 주식회사의 기본 의무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은 애플이 주주들의 희생 아래 경영진의 배만 불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이 일부 금액을 배당하더라도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애플은 현재 제품의 대부분을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가진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하며 미국 내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의 배당 예상 소식에 상당수 누리꾼들은 “그보다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라”거나 “중국 공장의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에게 쓰라”고 비꼬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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