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28 22:34
수정 : 2012.03.29 00:00
남편에게 공격당한 파키스탄 여성, 사고 12년만에 투신 자살
파크라 유누스는 결국 이탈리아 로마의 6층 건물에서 몸을 던졌다. 끔찍한 염산 테러로부터 12년. 39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여전히 얼굴은 일그러진 채였고, 테러를 저지른 사람은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2000년 남편으로부터 염산 공격을 받아 파키스탄에서 횡행하는 염산 테러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렸던 피해 여성 파크라 유누스(33)가 지난 17일 자살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8일 전했다.
가난한 집안의 딸로 홍등가에서 춤을 추던 유누스는 그곳에서 빌랄 카르를 만났다. 빌랄 카르는 파키스탄 최대 주인 펀자브의 주지사였던 정치거물 굴람 무스타파 카르의 아들이었고 그 자신도 국회위원을 지낸 실력자였다. 30대 중반이었던 그와 결혼하면서 유누스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곧 악몽으로 변했다. 빌랄 카르는 유누스를 심심하면 때리고 고문했다. 그리고 결혼 3년 만에 친정집으로 도망간 유누스를 한밤중에 찾아와 얼굴에 염산을 부었다.
유누스의 얼굴은 철저하게 망가졌으며 코와 입이 거의 다 녹아내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굴람 무스타파 카르의 전처이자 빌랄 카르의 계모였던 테흐미나 두라니였다. 두라니는 유누스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펴냈고, 이는 전세계 미디어가 파키스탄의 염산 테러에 대해 관심을 쏟는 계기가 됐다. 유누스는 이탈리아 정부의 도움으로 로마에 머물며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빌랄 카르는 “염산 테러를 저지른 것은 내가 아닌,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파키스탄에서 유력가들이 죄를 저지르고도 무죄를 받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테흐미나 두라니는 “파키스탄은 유누스에게 어떤 도움도, 정의도 주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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