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6 19:06
수정 : 2005.07.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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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미국 · 러시아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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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스펠드 순방 나서…러시아·중국과 힘겨루기 신경전
키르기스선 존속 확약…“우즈벡은 어려울 듯”
중앙아시아의 미군 기지를 둘러싸고 중국·러시아와 미국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기지 유지 작전’에 나섰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25일부터 사흘 동안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며 이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 그는 일단 최근 철군요구가 거셌던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 미 공군지기’를 존속시키기로 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스마일 이사코프 키르기스 국방장관은 26일 “마나스기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필요로 하는 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아프간 침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키르기스 수도 외곽에 설치한 마나스기지에는 1천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올해 초 서구국가들이 지원한 ‘레몬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엔 미군이 계속 기지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10일 치러진 대선을 앞두고서는 미군 철수를 거론했다. 특히 지난 5일에는 중앙아 5개국과 중국·러시아의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가 ‘아프간 전쟁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를 위해 설치된 미군 기지들은 더 이상 유지될 필요가 없다’며 철수 일정을 제시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그러나, 바키예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결정적인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데다 미국이 기지 사용 대가로 한 해 5000만달러씩을 제공하고 있어 럼스펠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 정부군 발포로 수백명이 숨진 ‘안디잔 사태’ 이후 미국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우즈베크의 ‘하나바드 공군기지’는 유지되기 힘들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즈베크 정부는 올 봄부터 미군 수송기의 비행을 제한하고 야간 비행은 아예 금지시키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도 키르기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즈베크의 기지를 잃는다고 해도 아프간 작전을 수행할 능력은 유지될 것이다”라며 하나바드 기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미군은 중앙아 기지들이 아프간 주둔 미군에 물자와 연료를 보급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장기적인 목적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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