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02 09:26
수정 : 2012.05.0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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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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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보고서 “머독, 경영자로서 자질 부족”
의회, 전화도청 연루 관련 혹평
방송 재허가에 ‘제동’ 걸릴 전망
영국 하원이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81·사진)에 대해 “대형 기업의 경영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세계 미디어 산업을 쥐락펴락하던 언론재벌 머독의 퇴출이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영국 <비비시>(BBC)는 1일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가 “머독이 뉴스코퍼레이션의 회장으로서 전화 해킹 사건을 제대로 확인하려는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그의 회사에서 이뤄지는 일에 대해 의도적으로 눈을 감았다”며 “그는 뉴스코퍼레이션과 같은 대형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머독의 차남으로 영국 미디어 총괄법인인 뉴스인터내셔널을 이끌었던 제임스 머독(40)이 불법도청과 관련된 정보를 호도해 의회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를 두기 어려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견줘 레스 힌턴 뉴스인터내셔널 전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콜린 마일러 <뉴스 오브 더 월드> 전 편집장 등에 대해서는 사실 은폐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의회가 이러한 보고서를 공개함에 따라 루퍼트 머독은 영국 미디어 산업에서 사실상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의 보고서는 직접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1000만 가입자를 가진 위성방송인 비스카이비의 재허가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영국 정부는 해킹 사건에 연루된 이들에게 방송 허가권을 주는 게 온당한지 검토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보고서의 결론이 생각보다 수위가 높았다”고 평했다.
그러나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의 보수당 의원들이 이런 결론에 반대해 보고서는 표결 끝에 6 대 4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영국 하원은 2009년 불법해킹 사건 관련 조사에 착수해 지난해 7월 머독이 소유한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불법해킹 사실이 드러난 뒤로는 머독 일가와 소유 언론사 경영진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뉴스코퍼레이션은 곧바로 성명을 내어 “곧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는 뉴스 오브 더 월드에서 이뤄진 심각한 일들을 시인하며 프라이버시가 침해된 이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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