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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20 21:47 수정 : 2012.05.20 22:39

G8서 경기부양에 무게 실어…독 ECB 앞 2만명 ‘긴축반대’ 시위

“어떻게 지내세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인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술을 움직이려다 말았다. “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거 압니다.” 오바마는 토닥이며 말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의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주최자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국 정상을 차례로 맞으며 인사하는 자리를 묘사한 <뉴욕 타임스> 기사의 한 대목이다. 하고 싶지만 말을 못하는 메르켈, 잘 알고 있으니 참으라는 오바마의 모습은 이번 회의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이번 8개국 정상회의는 미국이 주도해 독일에 긴축을 완화하고 성장으로 전환하라고 양보를 압박하는 자리였다.

정상들은 이틀간의 회의 뒤 19일 내놓은 공식성명에서 “우리의 당위는 성장과 일자리를 촉진하는 것”이라며 “적합한 대책들이 우리 각자에게는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유로존 위기 해결과 관련해 독일이 추진하는 긴축정책이 모두에게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성명은 “지출삭감은 변화하는 각 국가들의 경제조건들을 고려하고, 자신감과 경제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해, 긴축안이 유럽에서 소비자 및 정치적 신뢰를 잠식했음도 인정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유럽의 부채위기 해법과 관련한 국제 정상회의 중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성장 쪽에 방점을 찍은 회의다. 유럽의 위기가 심화되면, 회복세가 오락가락한 미국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오바마의 재선 가도에도 결정적 장애를 미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회의 뒤 별도 기자회견에서 “만약 한 회사가 파리나 마드리드에서 일거리를 줄이면, 이는 피츠버그나 밀워키의 노동자들에게 일감이 더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유럽 경제위기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직설적으로 비교했다. 그는 2008~2009년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을 막으려고 자신의 정부가 취했던 부양책 등이 유럽에 참조사례가 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회의에 앞서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신임 대통령과 미리 만나, 성장에 초점을 두는 새로운 동맹을 형성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긴축에 관한 메르켈-사르코지(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동맹을 대신하는 오바마-올랑드의 새로운 동맹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의 이름으로 나는 이번 논의의 중심에 성장을 놓고자 했고, 예산 원칙뿐만 아니라 성장이 주요 8개국, 유럽연합, 주요 20개국 회의 등 모든 회의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음을 확신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회의에서 고립됐던 메르켈은 오바마와 별도의 회동을 한 뒤 성장과 적자 감축은 서로를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두 가지 길을 가야만 하며, 참석자들도 이를 명확히 했고, 이는 큰 진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독일을 압박했지만, 새로운 구체적 해법이 나올 징후는 아직 없다. 결정적 해법은 결국 유로존 내에서만 나올 수 있고, 이는 또 독일만이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더 돈을 풀고, 유로존의 재정 및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하는데, 이는 독일 납세자들이 반대하는 사항이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오는 23일 브뤼셀에서 구체적인 성장책을 도출하기 위한 정상회의를 열지만, 구체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신문은 한 유럽연합 고위관리를 인용해, ‘그리스의 사이코드라마가 그 정상회의를 사로잡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유로존 탈퇴를 위협하는 그리스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할 것이란 얘기다.

한편, ‘코너에 몰린 독일’을 상징하듯 독일 금융의 심장부이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자리잡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선 19일 수만명이 외친 “긴축 반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최소 2만여명의 시위대는 이날 유럽 ‘보통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긴축재정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블로큐파이’(block+occupy·저지점령)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시위는 은행의 ‘탐욕’을 비판한 ‘오큐파이 시위’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유럽 강대국, 특히 독일이 주도하는 긴축재정 정책이 가장 큰 이슈가 됐다. 시위대 대변인인 롤란트 쇠스는 <에이피>(AP) 통신에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삼두마차)에 의해 강제되고 있는 긴축재정에 대한 반대를 표하기 위해 모였다”며 “정부의 재정 감축에 크게 고통받는 그리스와 다른 유럽 국가들과 굳건히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이형섭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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