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25 17:10
수정 : 2012.05.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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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울지 마”…실종 아동의 날 행사 지난 2010년 아들 김일형군을 잃어버린 김혜란(36·가운데)씨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실종아동의 날 행사 도중 눈물을 흘리자, 딸 한별양이 위로하고 있다. 실종아동의 날은 1979년 5월25일 미국 뉴욕에서 유괴·살해된 이튼 패츠를 추모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행사를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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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6살 이튼 등굣길 실종돼
레이건 ‘실종 어린이 날’로 선포
납치살해 용의자 친척 제보로 체포
‘실종 아동의 날’(5월25일)을 하루 앞둔 24일, 이 날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던 미국 뉴욕의 실종 아동 사건이 미궁에 빠진 지 33년 만에 극적으로 풀렸다. 뉴욕경찰은 이날 뉴저지에 사는 페드로 에르난데스(51)를 이튼 패츠(당시 6살) 살해 혐의로 체포해 그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1979년 5월25일 금발의 초등학교 1학년생 이튼은 학교에 가기 위해 뉴욕 맨해튼 소호에 있는 집을 혼자 나섰다. 전날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매일 두 블록 떨어진 스쿨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줬다. 이튼은 “이제 혼자 갈 수 있는 나이”라며 여러차례 간청한 끝에 허락을 받은 터였다. 하지만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홀로 등굣길이 돼버렸다. 이튼은 정류장까지 가는 짧은 시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사건은 사진작가였던 아버지 스탠리 패츠가 곧바로 아들의 흑백 사진을 전단지로 만들어 뿌리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전국적 관심사가 됐다. 이튼은 우유곽에 사진이 실린 첫 실종 아동이 됐고,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1983년 그의 실종일을 ‘실종 아동의 날’로 선포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이날을 ‘실종 아동의 날’로 지정했다. 이튼을 찾기 위해 300여명의 경찰이 투입돼 뉴욕을 샅샅이 뒤지고 수천건의 제보를 조사했으나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결국 2001년 이튼은 사망 처리됐다.
이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은 최근 한통의 제보전화가 오면서부터다. 이 제보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 에르난데스가 과거에 뉴욕에서 아이를 죽였다고 친척들에게 말했다”고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에르난데스는 사건 당일 패츠에게 음료수를 사주겠다며 자신이 일하던 식품점 지하로 데려가 죽인 뒤 시신을 자루에 담아 쓰레기장에 버렸다고 자백했다. 그는 현장 검증에도 응했고, 눈물을 흘리며 깊이 뉘우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 쪽은 밝혔다. 그는 사건 직후 식품점을 그만두고 뉴저지로 이사를 갔다. 이 식품점은 이튼의 집 인근에 있어 당시 경찰 조사보고서에도 에르난데스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다른 직원들과 달리 그는 실제로는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로선 에르난데스의 자백만 있을 뿐 증거나 목격자가 전혀 없어 그의 진술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 쪽은 자백의 신뢰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가 과거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범죄를 털어놓은 적이 있고,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신뢰할 만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체적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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