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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28 20:10 수정 : 2012.05.29 10:49

인니 공연 ‘무슬림 테러 우려’ 취소
한국선 기독교단체 반대로 ‘19금’
필리핀 ‘노출 반대’ 시위 잇따라

 새달 3일로 예정돼 있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인도네시아 콘서트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으로 결국 취소됐다. 이로써 지난달 27일 시작되며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아시아 투어는 31일 싱가포르 공연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한 파격적인 여성 팝스타의 공연이 문화적 다양성을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의 현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기획사 ‘빅 대디’는 27일(현지시각) 자카르타 공연을 결국 취소하기로 했으며, 표는 모두 환불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디 가가는 트위터에 “팬들만큼 나도 절망했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공연은 이미 초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의 극렬 무슬림 단체인 ‘이슬람 방위전선’(FDI)은 레이디 가가가 “인도네시아에 악마 루시퍼의 왕국을 만들려고 한다”며 “무슬림들을 보내 공연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협박해왔다. 경찰은 지난 15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공연 불허 방침을 밝혔다. 이런 결정에 비난이 빗발치자 경찰은 레이디 가가가 공연을 강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공연 허가를 심사숙고해 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레이디 가가는 지난 22일 트위터에 “자카르타에는 두가지 상황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내 쇼를 검열하려고 하고 극단주의자들은 폭력사태를 예고하고 있다”며 “나 혼자서라도 공연을 하겠다”며 공연 강행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슬람 방위전선은 24일 티켓 150장을 구매했다며 멤버 중의 한명이 티켓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사진 아래에는 “우리는 레이디 가가의 티켓을 구했다. 당연히 공연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문을 달아놓았다.

 공연 취소 소식에 레이디 가가의 팬인 조니 푸르바는 <에이피>(AP) 통신에 “이 사건으로 우리 치안당국이 얼마나 약한지, 경찰이 한줌의 극단주의자들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다 까발려졌다”며 “가가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하지만 이슬람 방위전선의 지도자인 살림 알라타스는 “인도네시아 무슬림의 승리”라며 “악으로부터 우리를 구한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콘서트 취소 사건이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종교적 관용정책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으로 이름 높았던 인도네시아의 평판에 상당한 피해를 끼쳤다고 평가했다.

 레이디 가가의 월드투어인 ‘본 디스 웨이 볼’은 그 출발지인 한국에서부터 삐걱거렸다. 한국기독교총연맹 등 기독교단체들은 레이디 가가가 기독교를 모욕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 정부는 결국 그의 노래 가사에 ‘술’이 나온다며 공연을 18살 이상으로 조정했다.

 지난 21~22일 열린 필리핀 마닐라 공연 당시 인구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인들은 노래 ‘주다스’와 노출이 심한 무대 복장을 문제삼았다. 역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고, 공연장이 위치한 마닐라 파사이 구청은 “공연 중 외설적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레이디 가가는 비교적 조신한 복장으로 공연하며 논란을 잠재웠고, 공연 중에 “나는 필리핀 문화를 존중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혐오는 존중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레이디 가가가 25일 열린 타이 방콕 콘서트를 위해 타이에 방문한 날 트위터에 “가짜 롤렉스를 사고 싶다”는 트위트를 남긴 것은 타이를 모욕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말많았던 이번 아시아 투어가 화제가 되면서 최근 위키피디아에는 ‘본 디스 웨이 볼 논란’이란 항목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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