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30 20:44
수정 : 2012.05.31 08:29
|
제이콥 로스차일드(왼쪽)·데이비드 록펠러(오른쪽)
|
록펠러 금융 지분 37% 거래
“경영상 협력목적” 설명 불구
세계금융 좌우하는 두 가문
손맞잡은 배경에 관심 집중
유럽과 미국의 ‘자본주의 왕가’라 불리는 로스차일드와 록펠러 가문이 손을 잡았다. ‘로스차일드 투자신탁’과 ‘록펠러 금융 서비스’가 전략적 자본제휴 관계를 맺은 것이다. 전세계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가문이 힘을 합쳤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9일 로스차일드 투자신탁이 록펠러 금융 서비스의 지분 37%를 인수하며 제휴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거래는 로스차일드가의 수장 중 한명인 제이컵 로스차일드(76·왼쪽 사진) 남작과 록펠러 가문의 수장 데이비드 록펠러(96·오른쪽)의 친분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50년 넘게 친분을 나눠 왔으며, 2년 전 록펠러가 로스차일드를 록펠러 금융 서비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루번 제프리에게 소개하면서 제휴 논의가 시작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로스차일드 투자신탁은 제이컵 로스차일드 남작이 1963년 세운 회사로, 지난해 기준으로 20억파운드(3조7000억원)의 돈을 굴리고 있는 투자회사다. 록펠러 금융 서비스는 1882년 미국의 철강왕이었던 존 D. 록펠러가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사무실을 그 기원으로 하고 있으며, 그 뒤 문호를 다른 가문에도 개방해 현재 340억달러(40조원)의 재산을 굴리고 있다.
두 회사의 제휴는 공동 투자펀드 조성과 경영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가문이 국제금융계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단순히 해석할 수 없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 게다가 운용자금이 훨씬 적은 로스차일드 쪽이 록펠러 쪽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라는 것 또한 그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16세기 말 유대계 독일인 이자크 엘하난 로트실트(로스차일드)로부터 시작됐으며, 18~19세기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각국에서 개인 투자은행을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현대로 들어서면서 로스차일드 가문의 부는 크게 준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는 소규모 투자은행을 각지에서 운영하는 정도다. 그러나 사실은 로스차일드 가문이 아직도 유럽의 대형은행을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널리 퍼져 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빈이 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제이컵 로스차일드는 영국 로스차일드 가문에 내려오는 남작 작위를 물려받은 직계 후손이지만, 은행 운영에 큰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 빅터 탓에 가문의 정식 후계자 자리인 로스차일드 그룹 회장 자리를 아버지의 사촌인 에블린 로스차일드에게 뺏기고 독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로스차일드 가문 내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록펠러 가문은 미국의 철강왕이자 석유왕이었던 록펠러의 후손들이다. 존 D. 록펠러의 후계자 록펠러 주니어의 막내아들이자 손자로는 유일한 생존자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모건 체이스의 회장을 지냈다. 이들 역시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현재 대형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금융계를 뒤흔들 힘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화보] 아~ 그리운 ‘무한~도전’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