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06 19:19
수정 : 2013.01.23 16:05
“3위은행 방키아 살릴 돈”
재정상황 악화 자인한 셈
전문가 “재정기금 투입될듯”
ECB, 예정대로 금리동결
유로존 국가에 ‘행동’ 압박
스페인이 자국내 3위 은행인 방키아를 살리기 위해 유럽연합(EU)에 자금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동안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스페인이 재정상황 악화를 자인하면서,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도 사실상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 크리스토발 몬토로 예산장관은 5일(현지시각) 국영 라디오 방송 <온다 세로>와의 인터뷰에서 “(방키아 구제를 위한) 자금 지원을 유럽 기관들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은행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돈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과도한 차입금리로) 시장은 (스페인 국채에) 열려 있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불가능하다”고도 말했다. 즉, 이런저런 규제를 받아야 하는 구제금융 형식이 아닌 일반차입 형식으로 돈을 달라는 말이다.
방키아는 이미 파산을 면하기 위해서는 190억유로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인데, 문제는 다른 은행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은행권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 최소 900억유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달 28일 방키아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하며 “스페인이 극도로 힘겨운 상황”이라며 “은행권 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적자금 투입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페인이 이런 돈을 일반적인 국채 시장에서 조달하기는 불가능하다. 스페인의 자금조달 이자율은 최근 3주 내에 6% 이상으로 치솟았다. 스페인은 7일 2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10년 만기의 국채 수익률은 6.4%에 이른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1.2%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이런 이자를 주면서도 국채가 잘 팔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스페인에 긴급투입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스페인이 구제금융 상태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기금이 은행에 바로 투입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렇게 되자면 유로존 국가 모두의 승인과 조약 개정이 필요하다. 결국 스페인에 대한 자금 지원이 독일이 그동안 반대해온 ‘은행연합’에 대한 합의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연합이 결성되면, 유럽내 은행들이 공동으로 예금지급을 보장하고 서로간의 지원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스페인 내 뱅크런 우려도 가라앉힐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1.0%로 동결했다. 이 조처로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을 받게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기준금리 동결이 은행권 차원에서는 더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음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정치인들의 무기력함으로 발생하는 공백을 은행들이 메울 수는 없다”며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유럽 지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를 기록해, 예상과 달리 침체는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통계청은 유로존과 유럽연합 27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0.3%에 머물렀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성장률이 0%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과 유럽연합 전체의 1분기 성장률은 미국(0.5%), 일본(1%)에 비해 낮은 것이다.
이형섭 이춘재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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