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06 21:06
수정 : 2012.06.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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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연인’ 보호단체 ‘러브 특공대’를 창안한 하르시 말로트라(가운데)와 특공대원들의 모습. 델리포토저널리스트 블로그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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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법률가·성직자 등 모여
신분제 넘나든 연인 보호 활동
신변 안전·법정소송 도와 눈길
운영비 부담에 어려움 호소도
카스트·종교·피부색·궁합·신장·성격·가족·식습관…. 인도에서는 일반적인 결혼 자격 요건에 ‘사랑’이 끼어들 틈이 없다. 부모가 조건에 맞춰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인도에서 사랑은 여전히 ‘더러운 단어’다. 그러나 이 금기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선 단체가 있었으니, 바로 ‘러브 특공대’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5일 ‘수차례 전화통화 끝에’ 비밀리에 운영되는 뉴델리 근처 파하르간지의 러브 특공대 보호소에서 특공대원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칼과 장미’를 휘두르는 동화 속 기사를 상상하기 십상이지만, 나이가 지긋한 사업가, 언론인, 법률가, 성직자들이 많다. 10여년 전 힌두와 무슬림 강경론자들로부터 연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고, 2010년 본격적으로 ‘러브 특공대’를 규합했다. 목표는 한 가지다. 이들은 카스트 사회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 ‘사랑에 의한 결혼’이라고 믿는다. 또 사랑의 연합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더 자유롭고 평등하길 희망한다.
러브 특공대의 보호소에서 살고 있는 23살 청년 라지비르 싱은 12살 때 사랑에 빠졌다. 이웃에 새로 이사온 14살 소녀 마두리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라지비르는 “마두리는 개구쟁이였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며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이 소녀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마두리도 당시 라지비르와 “똑같이” 느꼈다고 거들었다.
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라지비르와 상인 가족 출신인 마두리의 신분은 둘의 사랑을 거칠게 가로막았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숱한 외신 기사에 등장했던 다른 ‘슬픈 연애담’과 비슷하다. 마두리는 다른 남자와의 강제 결혼을 위해 친척집으로 보내졌다. 라지비르는 흉기를 지닌 건장한 남자들에게 끌려가 잔인하게 맞은 뒤 죽도록 내버려졌다. 라지비르는 결국 러브 특공대의 24시간 상담 전화 다이얼을 눌렀다. 러브 특공대의 도움으로 마두리는 친척 집에서 탈출해 연인을 만났고, 피난처를 제공받았다. 두 사람이 보호소에 도착했을 때, 꽃과 옷가지, 신부를 위한 작은 보석들이 그들을 반겼다. 라지비르는 이 단체의 도움으로 폭행 사건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을 설득해 고발장도 접수할 수 있었다. 비록 아무도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러브 특공대 아이디어를 처음 낸 하르시 말로트라는 뉴델리 지역 방송 <엔디티브이>(ND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신중하고 완벽하게 구출 계획을 짠다”며 “전화를 받으면 지역 특공대원을 급파해 신변보호는 물론 경찰조사와 재판 과정까지 돕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단체의 사랑을 위한 전투는 현재 난관에 부닥쳤다. 보호소 한 곳의 한달 운영비만 5천달러에 이르는 활동비를 감당하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공동창립자 산조이 사치데바는 <비비시>에 “나는 우리가 이 일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화보] 국민 ‘첫사랑’ 수지의 웃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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