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07 20:20
수정 : 2012.06.07 21:36
20억740만유로 규모…미국·유럽 증시 뚜렷한 ‘상승세’
국내선 외국인 순매수로 돌아서…전문가 “안심은 일러”
스페인이 7일(현지시각) 신규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스페인 재무부는 이날 2~10년 만기 국채들에 대한 국제 채권시장 입찰에서 20억740만유로(우리돈 3조원)의 중·장기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심각한 재정적자로 구제금융 지원설이 나도는 스페인 정부가 채권 지급 능력에 대한 시장의 마지막 믿음의 불씨는 살려둔 셈이다. 그러나 스페인 금융부문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은 두달 전에 비해 올랐다. 이날 낙찰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로, 지난 4월 5.7%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이는 구제금융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7%보다는 낮지만, 스페인 정부가 감당하기는 버거운 수준이다.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스페인이 국채 발행에 성공함에 따라 이날 영국 주가(런던 FTSE지수)가 0.69% 오르는 등 유럽증시는 대체로 상승세로 출발했다. 앞서 6일에도 미국 다우지수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인 2.37% 오르는 등 미국과 유럽 증시가 전반적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이날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올랐다. 유로존 위기가 불거진 지난달 1일 이후 한달 이상 우리나라 주식을 팔기에 여념이 없던 외국인들이 하루 동안 3770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담았기 때문이다. 이는 순매수 규모로는 5월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외국인은 지난 5월 한달 동안 3조4000억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바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매수세 덕분에 전거래일(5일)에 견줘 46.01포인트 오른 1847.95를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9.50포인트(2.08%) 오른 466.18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들이 ‘사자‘에 나선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위기에 제한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곧 3차 양적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보탰다. 업종별로는 유로존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 한달간 가장 많이 빠진 전기·전자와 은행주가 각각 전날보다 4.61%, 3.56%가 올랐다.
스페인의 국채발행 성공이 곧바로 유로존 위기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박정우 에스케이(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반적으로 방향만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지 확정된 것은 없다”며 “오늘 국채 발행 성공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해결책은 아니라서 유럽연합 정상회담 등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때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스페인의 은행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제한적 구제금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이 긴축 강화 등 혹독한 조건이 수반되는 정부 차원의 ‘전면적 구제금융’ 수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6일 “유럽 당국자들이 스페인의 취약한 은행 분야를 지원하고 ‘매우 제한된 조건’만 부여하는 프로그램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구제금융 대가로 재정긴축을 요구받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와 달리 스페인에 대해서는 유럽연합과 이미 합의된 개혁조처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또 스페인에 대한 대출 규모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은행 고위 관계자는 400억유로 정도로 추산했으나,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최소한 두배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
전정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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