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13 19:06
수정 : 2012.06.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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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배기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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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방광암 유발”
디젤 배출가스가 석면과 같은 수준의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일(현지시각)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결론에 따라 디젤 배출가스를 폐암을 유발하는 ‘1등급 발암물질’(그룹1)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1988년 이래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물질’인 2A등급으로 분류돼온 디젤 배출가스가 담배, 술, 석면, 플루토늄, 비소 등과 같은 등급이 된 것이다. 가솔린 배출가스는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2B등급’을 유지했다.
국제암연구소는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디젤 배출가스 노출을 줄여나갈 것을 전세계에 권고했다. 성명은 또 “디젤 배출가스는 방광암 발생 위험과도 순방향의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은 최근 이뤄진 몇건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미국 국립암기구(NCI)에서 1만2000명의 광부를 대상으로 암 발생률을 조사했던 데브라 실버먼 박사는 <뉴욕 타임스>에 디젤 배출가스에 크게 노출된 비흡연 광부들의 폐암 발생률이 일반 비흡연자보다 7배나 높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동차업계는 이산화탄소가 가솔린보다 30% 이상 적게 나오는 점을 근거로 디젤엔진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 판촉을 강화해왔다. 디젤엔진차량 보급률이 특히 높은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의 시흐리트 더프리스 대변인은 “이번 발표에 충격을 받았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디젤엔진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업자의 모임인 미국 디젤기술포럼 쪽은 “최근 생산되는 디젤차들은 배출물질을 98%나 줄일 정도로 개량됐다”고 강조했다.
5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운행중인 차량 가운데 가솔린차는 359만대, 디젤차는 681만대에 이른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경유차 도입 확대 논의에 더욱 신중히 접근하고 운행차 매연저감장치(DPF) 부착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2015년부터 시작되는 제2단계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 특별대책에서 디젤차 배출가스의 건강위해도를 고려해 미세먼지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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