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30 07:37
수정 : 2005.07.30 07:39
한국인 현지 교민이 납치된 카리브해 연안 아이티는 극도의 정정불안과 치안부재가 계속되며 사실상 `내전 상태'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올 3월 이후 납치된 피해자만 350명이 넘고 작년 9월 이후 최소한 90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강제해산된 군조직의 퇴역자들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봉기로 작년 2월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강제 축출된 이후 미국 지원하의 임시정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임시정부 하에서 미군에 이어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유엔 아이티 안정화임무군(MINUSTAH)이 작년 6월부터 주둔해왔다.
거의 6천300명의 유엔군 병력이 투입된 평화유지 활동은 이달 말로 만 1년2개월 을 채우게 된다.
하지만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던 군부 출신들 그리고 아리스티드를 지지하는 서민층 중심의 무장단체가 모두 하나같이 임시정부와 유엔군의 무장해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상호간에 유혈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교민 피랍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만인 29일(현지시간)에도 불법 무장단체와 유엔군 소속 브라질군 병력간 충돌로 최소한 1명이 사망했다고 유엔군 관계자가 밝혔다.
또 유엔군 아이티 평화유지 활동을 지휘하고 있는 장 마리 게에노는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비공개로 아이티 치안부재 상황을 상세히 보고한 후 기자회견에서 근본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아이티의 치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수기동대(SWAT)가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주 보고서에서 아이티내 무장그룹의 수중에 놓여 있는 총기류가 1만7천정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무기들이 납치, 성폭행, 암살 등에 이용되는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초 전직 군인들은 1995년 자신들의 군조직을 해산한 아리스티드 축출을 위한 무장봉기를 주도했다. 상당수가 50대에 접어들었고 노후한 군복에다 오래된 총기를 소지한 이들은 현재 아이티 시골 지역 대부분과 상당수 주요 도시에 대한 통제력을 계속 행사하며 현재 혼란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아이티 군은 1991년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을 처음으로 축출하는데 관여했다.
일부 전직 군인들은 1995년 미국에 의해 아리스티드가 권좌로 복귀하기 전 각종 인권유린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전직 군인들은 군조직 강제해산 이후의 지난 10여년간 봉급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전직 군인 6천여명에게 총 2천900만달러를 지급하기 위한 계획을 검토해왔다. 또 임시정부는 전직 군인들을 경찰로 충원시키려 하고 있으나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더욱이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가운데 수도 포르토프랭스 일부 빈민가에서는 아직도 그의 권력복귀를 요구하는 시위들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아이티 임시정부는 올 연말 총선을 실시해 정국을 안정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리스티드가 이끌었던 라발라스 가족당(FL)은 총선 참여 여부도 확정짓지 못한 가운데 아리스티드 지지 세력을 이끌 지도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스티드는 1990년 12월 빈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67%의 지지율로 대통령에 선출됐으나 몇 달 지나지 않아 군부 주도의 쿠데타로 이듬해인 1991년 9월 권력에서 축출돼 첫 망명길에 올랐다.
이후 미군 2만명 파병으로 아이티에서 민간정부가 수립된 이후 1994년 아이티로 돌아와 잔여 임기를 마쳤다. 아이티 헌법상 1996년 2월 대선에서 연이은 대선출마가 금지된 그는 2000년 11월 대선에서 재선됐다.
첫 집권 시절 그는 정치권 분열을 봉합하려 했으나 반대파들은 빈민들을 부추겨 국가를 불안과 폭력의 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2001년 7월 쿠데타 기도도 군부 출신 인사들에 의해 시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자메이카 인근 이스파뇰라 섬에 위치한 아이티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이 섬을 양분하고 있으며 2004년 1월1일 독립 200주년을 맞았다.
인구 800만명의 세계 최초 흑인국이자 중남미 최초의 독립국 아이티가 올 연말 총선을 통해 정국 안정을 이룩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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