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18 19:59
수정 : 2012.06.18 22:29
37살에 71석 거대야당 리더로 부상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총선 개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17일(현지시각) 밤 10시께 신민당 당수 안도니스 사마라스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를 축하하는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날 총선의 가장 큰 승리자는 치프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7살의 그는 단번에 71석의 거대 야당을 이끄는 거물이 됐다. 무명의 그가 아테네 시장선거에 출마해 3위를 기록했던 2006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치프라스가 3년 전 시리자의 대표가 된 뒤 시리자의 의석수는 급상승했다. 시리자는 2009년 총선에서 13석, 지난달 6일 총선에서는 52석, 이번에는 71석을 차지했다. 이는 2년간의 엄혹한 긴축재정 아래 고통받아온 국민들이 대안으로 시리자를 선택한 덕분이지만, 치프라스의 개인적 매력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치프라스는 선거기간 내내 구제금융 조건을 완전히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펼쳐왔다. 그리스 보수파들은 ‘그리스의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그의 과격함을 부각시켰다. 총선이 끝난 뒤 그는 “27%에 이르는 우리의 득표는 그리스 지도자들에게 구제금융이 지속 불가능한 경제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마라스는 시리자까지 모두 참여한 통합연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리자는 “야당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치프라스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교육재정 감축 반대 시위를 이끌면서 처음 그리스인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이제 그 이름은 전 유럽을 휩쓸고 있는 ‘긴축재정’이라는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대명사’로 전세계에 각인됐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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