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25 08:23
수정 : 2012.06.25 09:38
대선 결선서 51.73% 얻어
군부가 미는 샤피끄 꺾어
급격한 이슬람국가화 우려
이집트 대선 승리는 무슬림형제단의 후보 무함마드 무르시(61·자유정의당)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초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작된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시위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슬람주의자들의 손에 권력을 넘겨주는 시나리오로 끝난 셈이다. 그나마 군부 지지를 받은 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주지 않아 ‘최악’은 피했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현지시각), 지난 16~17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무르시 후보가 51.73%의 득표를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상대후보 아흐마드 샤피끄(70·무소속)는 48.27%를 얻어 2차 투표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애초 선거 결과는 지난 21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선관위가 선거부정 혐의 등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미뤄져 왔다.
앞서, 무르시는 지난 5월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24.3%의 득표로 1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했다. 상대후보 아흐마드 샤피끄는 23.3%로 2위였다. 결국 1차 투표의 결과가 결선까지 이어진 셈이다. 무르시는 군부 지원을 받는 샤피끄가 승리할 경우 군사정권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등에 업고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주일째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있던 수천명의 시민과 함께 선거결과 발표를 기다려온 무슬림형제단은 무르시의 당선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이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또다른 혁명”에 나설 우려도 사라졌다. 하지만 이슬람주의자들이 국가운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집트가 급격히 이슬람국가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타흐리르 광장의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무스타파 쇼키 등은 “이슬람 세력이 혁명의 성과물을 가로챘다”며 무슬림형제단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 무슬림형제단이 과반을 차지하던 의회를 해산하고 신헌법 초안을 만드는 위원들의 임명권 등 실권을 모두 가져간 군부와의 충돌도 우려된다. 두 세력 간의 반목이 계속된다면 이집트 내부 정국은 상당기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무르시는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의 대선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그리 널리 알려진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는 2000~2005년 당시 무슬림형제단의 정치활동이 허용되지 않은 까닭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의원이 되기는 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가 이집트 정치의 전면에 나선 것은 애초 무슬림형제단 대선후보로 추대됐던 카이라트 샤티르가 낙마하면서부터다. 샤티르는 테러 지원 등의 죄목으로 징역형을 살다가 지난해 출소했고, 이집트 선거법은 대선후보로 나서려면 최근 6년간 복역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의 후보 자격이 박탈당했다. 자유정의당은 부랴부랴 지난 4월30일 무르시를 당대표와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무르시는 1975년 카이로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공학도 출신으로 1982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학위 취득 뒤 1985년까지 노스리지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조교수로 일하다가 귀국해 자가지그대학에서 교수직을 맡았다. 그의 자녀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그가 무슬림형제단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70년대부터로, 본격적인 정치활동은 1992년 정치국 위원이 되면서 시작했다. 그는 2005년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주도한 개혁주의 판사들을 지지한 혐의로 이듬해 구속돼 7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다.
무르시는 강직한 이슬람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비무슬림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후보 선출 뒤 인터뷰에서 “누구든 이슬람주의로 무장한 새로운 이집트 탄생을 방해하는 짓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고, 상대후보인 아흐마드 샤피끄를 콥트교(이집트 기독교) 교도들이 지지하고 있는 데 대한 질문을 받자 “그들은 개종하거나, 이집트를 떠나거나, ‘지즈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즈야는 이슬람에서 비무슬림에게 매기는 인두세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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