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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3 11:55 수정 : 2012.07.03 18:11

앤더스 쿠퍼,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혀
“나 자신에 대해 자랑스럽다”

미국 뉴스 채널 <시엔엔>(CNN)의 간판 앵커 앤더스 쿠퍼(45)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쿠퍼는 2일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의 블로거 앤드류 설리번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실, 나는 게이다. 나는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나 자신에 대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20년지기인 설리반이 공인들의 커밍아웃을 다룬 지난주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기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쿠퍼가 ‘커밍아웃’ 답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쿠퍼는 이 편지를 <데일리 비스트>에 게재하는 것도 허락했다.

쿠퍼는 편지에서 “나는 기자가 누구에게 투표하는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대해 공적인 논쟁거리가 되면 안된다고 믿어왔다”며 “저널리스트가 일에서 공정하고 정직하다면, 개인적인 삶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고 그동안 침묵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쿠퍼는 갑작스런 커밍아웃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내 사생활의 어떤 측면에 대해 오랫동안 침묵하는 것이 곧 내가 불편하고, 부끄럽고, 두렵기 때문에 어떤 것을 숨기려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또 “친구와 가족, 동료들에게는 내 삶의 이런 부분에 대해 항상 열려 있었고, 정직했다”며 자신이 사적으로 게이임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쿠퍼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에이비시>(ABC) 방송 기자를 거쳐 2001년 <시엔엔>에 입사했다. 현재 <시엔엔>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앤더슨 쿠퍼(AC) 360°’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종 전쟁·재난 지역 현장을 누비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쿠퍼의 프로그램은 올해 미 동성애차별반대연합(GLAAD)으로부터 올해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 인터넷뉴스 <에이비에스-시비엔>(ABS-CBN)은 “쿠퍼의 성정체성은 언론계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그는 동성애가 금지된 국가의 분쟁 지역도 자주 방문했다”며 그가 취재 안전상의 이유로 그동안 커밍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에이비에스-시비엔>의 보도처럼, 쿠퍼의 성정체성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심지어 2007년 <아웃 매거진>은 쿠퍼의 커밍아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게이 50인’에 그의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지난달 <뉴욕 옵서버>는 커버스토리 ‘유리벽장’을 통해, 쿠퍼를 남들이 다 알고 있는데도 커밍아웃하지 않는 유명인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쿠퍼의 용기있는 발표에 대해 게이 커뮤니티는 즉각적인 갈채를 보냈다. ‘전미 레즈비언 게이 저널리스트 연합’의 데이비드 스테인버그는 <야후뉴스>에 “우리는 활동가가 아닌 저널리스트로서 쿠퍼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주류 언론에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커뮤니티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다루고 변호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엔엔>은 “쿠퍼가 방송에서 이 문제를 얘기할 계획은 없다”며 공식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 전국 방송의 기자가 커밍아웃을 하는 사례는 미국에서도 드물며, <시엔엔>의 돈 레몬과 <엠에스엔비시>(MSNBC)의 레이첼 매도우, 토머스 로버츠 정도가 알려져 있다. 또 미국에서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대기업도 많지 않은데,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나이키 등이 공식 지지를 밝힌 바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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