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03 20:33
수정 : 2012.07.03 21:36
유럽위기·중국 경기둔화 여파
유로존 금융위기 영향으로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이 둔화되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세계 실물경제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 부실과 국가부채 증가 등 금융 부문에서 발생한 위기가 전세계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다우존스-유비에스(UBS) 상품지수에 따르면 원유와 구리, 원면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 2월 이후 평균 9%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2일(현지시각) 전했다. 불과 두달 전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원유는 이날 현재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8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원면 가격도 올해 초에 비해 22% 떨어졌고, 미국 철강 가격의 기준치 구실을 하는 열연코일도 두달 만에 13%나 떨어졌다. 이처럼 많은 원자재에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고, 가격 하락폭 역시 가장 크다.
이로 인해 20년 가까이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던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는 슈퍼사이클의 원인인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크레디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경제성장률은 2.1%로, 1분기의 3.4%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의 경기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중국 경제도 여전히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실물경제에 대해 낙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1일 발표된 6월 중국 구매관리지수(PMI)가 최근 7개월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경제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특히 2일 미국의 6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5월의 53.5는 물론 시장 예측치 52.0에도 미치지 못하는 49.7을 기록한 것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기준치인 50 밑으로 떨어지면 경제활동이 수축되고 있음을 나타내는데, 이 수치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투자자의 말을 빌려 “(미국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의 모범생 독일도 이 기간에 구매관리지수가 45.2에서 45.0으로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실물경제 지표가 악화되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로 인해 일자리와 소비가 줄어드는 불경기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여 그만큼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이미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의 3차 양적완화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낮출 것이 확실시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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