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04 20:45
수정 : 2012.07.04 20:45
“가짜입찰로 7300만달러 부당이득”
당국, 대형은행 개입여부도 조사
전력 민영화 논란 다시 불붙을듯
미국 최대은행인 제이피(JP)모건 체이스가 이번에는 전기가격 조작 혐의로 연방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가격 조작에는 제이피모건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은행들도 개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력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 등은 3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제이피모건을 법원에 소환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와 미드웨스트주의 전기가격을 조작한 혐의 때문이다.
위원회는 제이피모건이 지난해 가짜 입찰을 통해서 전기값을 부당하게 올렸고, 이로 인해 최대 7300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위원회 변호사인 톰 올슨은 소환장을 통해 “제이피모건이 입찰에서 가격조작을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핵심”이라며 “(가격이 조작됐다면) 이는 결국 전기 소비자들인 일반가구와 기업, 정부에 부담을 지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이피모건은 몇개의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여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판매하고 있다.
위원회는 또 제이피모건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중인데, 제이피모건 쪽은 이 문제와 관련된 53개의 내부 이메일이 ‘의뢰인-변호사 특권’(변호사가 의뢰인과 나눈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비밀로 한다는 원칙)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전력사업이 완전히 민영화돼 일반 사기업이 전기를 생산하고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2001년 발생한 ‘캘리포니아 정전사태’ 이후 수익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공공재인 전기 공급을 맡길 수 있느냐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시 엔론 등 전기생산·판매 기업들이 엄격하게 통제되던 전기 소매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태업을 벌이는 바람에 캘리포니아 북부 수십만가구가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정전을 겪는 사태가 벌어졌다. 2000년 엔론의 최고경영자였던 케네스 레이가 전화통화 도중 캘리포니아 전력기구 의장이었던 데이빗 프리맨에게 했던 말은 지금도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레이는 당시 “이봐, 캘리포니아에서 당신같이 미친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어. 왜냐하면 나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는지 아는 똑똑한 친구들을 잔뜩 거느리고 있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는 제이피모건 외에도 바클레이스와 도이체방크 등 다른 대형 은행들도 전력 가격 조작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0년전 캘리포니아 정전사태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이피모건으로서는 최근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파생상품 손실로 투자자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또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제이피모건 쪽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원의 도움을 환영한다”는 짧은 논평을 발표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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