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15 20:27
수정 : 2012.07.15 20:27
‘합의금 60억 달러’로 7년분쟁 끝
독점·담합 등 ‘강자 관행’에 경종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미국 신용카드 업계가 수수료 분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0억달러의 합의금을 가맹점들에 지급하기로 했다. 7년간 끌어온 소송전 끝에 카드사가 가맹점에 무릎을 꿇은 셈이지만, 이번 합의가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13일 카드업체·대형은행 등이 가맹점들과 맺은 합의서를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합의금 60억달러에, 앞으로 8개월간 수수료를 0.1% 내려 잃게 되는 수익까지 합하면 전체 합의금액은 72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법원이 이 합의를 인정한다면 미국 독점방지법 관련 합의금으로는 사상 최대 기록이 된다.
가맹점 수수료 법정 시비는 지난 2005년 크루거, 세이프웨이 등 대형 유통체인이 카드업계를 수수료 담합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돼 현재 미국 내 700만명의 판매업자가 집단소송에 동참한 상태다. 이후 이와 관련한 비슷한 소송이 잇따랐고, 소송건수만 해도 수십건에 이른다. 이번 합의가 인정되면 모든 소송은 취하된다.
가맹점들은 카드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고, 카드회사의 강요로 카드고객과 현금고객 간의 가격차이를 둘 수 없다며 불평해 왔고, 카드회사들은 카드를 사용함으로서 얻는 매출증대 효과를 가맹점들이 무시한다고 반박해 왔다.
합의금 중 가장 많은 44억달러를 비자카드가 부담하고 마스터카드는 7억9000만달러, 제이피모건 체이스, 시티뱅크 등 다른 대형 은행들이 나머지를 부담하게 된다. 가맹점 쪽 변호인인 보니 스위니는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카드회사·은행과 상인·소비자 간에 힘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카드회사와 은행들도 무더기 소송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합의 결과가 소매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매업자들이 카드 사용 고객과 현금 사용 고객간의 상품 가격차를 둘 수 있도록 한 합의 내용은 오히려 가격 인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은행 연합도 이번 합의의 과실은 소비자가 아닌 소매업자들이 모두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불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반독점협회 대표 알버트 포어는 “궁극적으로 이번 합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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