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23 20:47
수정 : 2012.07.23 21:05
방통위, 정보수집 ‘열심히’에 시정명령…법원은 집행정지 결정
금감원 “고의성 따라 보험사 제재” 추진…보험업계 “억울” 항변
데이터베이스(DB) 수집 대행사가 명시적 동의 없이 모은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에 사용했다면 보험사에는 책임이 있을까 없을까? 텔레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은 가운데,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2600만건을 불법 수집한 업체가 적발된 사건을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건은 지난 6월 시작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 수집 대행사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열심히)에 2억300만원의 과징금과 1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제대로 된 동의 없이 수집한 개인정보에 대해 별도 동의를 받거나 파기하도록 하는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열심히’가 옥션, 지(G)마켓 등에서 ‘할인쿠폰 안내’ 팝업창을 통해 2600만건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보험사들에 1340만건의 정보를 250억원 이상에 팔면서 이용자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보험사들에도 해당 정보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같은 취지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동양생명의 경우 ‘열심히’로부터 건당 1800~3300원을 받고 2009년부터 3년간 1141만건의 개인정보를 사왔다고 밝혔다. 라이나생명은 보험 가입이 성공하면 5만~9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199만건을 받았다고 했다. 라이나생명은 열심히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과 연결해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텔레마케팅에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열심히’ 쪽은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이달 초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곽상현)는 방통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시정명령의 집행을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수집 정보 파기’ 등의 명령에 당장 따를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에선 이를 두고 ‘무혐의가 됐다’고 설명했으나 집행정지만 우선 인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 수집’의 다음 단계인 ‘정보 사용’을 두고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명시적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에 사용했다면 고의성에 따라 보험사도 제재하겠다는 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의를 받은 정보라고 받았어도 실제 사용할 때 제대로 된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써야 하는데, 안 된 걸 알면서 받았는지, 실제 영업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계약 체결과는 얼마나 연결됐는지가 검사 대상”이라며 “소송 추이를 보며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억울하다는 태도다. 권고를 받은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열심히’가 디비 대행사 중엔 큰 규모고 여러 보험사들이 계약을 맺었는데 당연히 합법 데이터를 주겠다고 해서 쓴 것”이라며 “보험사가 정보 하나하나 동의 여부를 따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열심히’의 불법 정보를 받아 영업했다고 알려지는 바람에 보험사 이미지가 실추돼 오히려 피해를 봤다”며 “법무팀에서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당장 최신 개인정보가 필요한 보험사들엔 고민거리가 늘고 있다. 또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일단 ‘열심히’와 맺은 계약은 끊었으며 대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오픈마켓 결제 단계에서 보험 관련 설문조사 참여시 할인쿠폰을 제공하거나, 카드사 및 대형마트들과 제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에 개인정보 제공’이 명시된 행사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은 커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는 전화’로 상징되는 텔레마케팅에 대한 고객들의 피로도를 낮추는 것도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사당국은 다른 수집업체들의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 여부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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