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05 20:21
수정 : 2012.08.06 16:32
|
토끼 캐릭터 미피
|
미피 찍힌 한장의 사진을 단서로
미·네덜란드 등 7개국 공조 수사
영·유아 성폭행·학대 수십명 검거
첫 단서는 ‘미피’였다. 네덜란드 작가 딕 브루너가 창작해 낸 유명한 토끼 캐릭터 미피가 찍힌 한 장의 사진은 각국 수사당국이 지난 2년간 43명을 체포하고 지금도 진행중인 ‘최악의 아동포르노물 네트워크 수사’의 시작이 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혐의자들은 생후 19일부터 4살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성적으로 학대하고, 성폭행하고, 심지어 이 영유아들을 놓고 인육의 대상으로 채팅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4일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밀퍼드의 셰러턴호텔 매니저인 로버트 디두카(44)는 2년 전 한 네덜란드 아동의 포르노 사진을 보스턴에 사는 어느 아동포르노광에게 전송했다. 사진을 받은 사람은 위장한 연방수사관이었다. 이 수사관은 곧 이 사진을 인터폴에 전했고, 인터폴은 네덜란드 등 각국 수사당국에 전파했다. 네덜란드 경찰은 이 사진에 찍힌 인형이 미피라는 것을 파악했고, 사진 속 아동이 입은 오렌지색 스웨터가 암스테르담의 한 작은 가게에서 팔린 것을 밝혀 아동을 특정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을 제작한 이는 한때 그 아동을 돌봐줬던 27살의 탁아소 직원 로베르트 미켈손스로 밝혀졌다.
그의 컴퓨터에는 수천장의 아동포르노가 저장되어 있었다. 미켈손스와 디두카의 온라인 채팅 기록을 통해 캐나다·영국·독일·스웨덴·멕시코 등 7개국에 퍼져 있는 36명의 다른 용의자도 발견했다. 두 사람 모두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수사당국은 지난 5월 미켈손스과 온라인 채팅을 했던 위스콘신에 사는 한 주민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며 아동포르노물 제작자 마이클 아넷을 체포했다. 그의 컴퓨터에는 아동들을 납치하고 죽이고 먹는 것에 대한 채팅 기록이 있을 뿐만 아니라, 2살 된 아이를 산 채로 오븐 안에 둔 사진까지 들어 있었다. 지난 6월에는 추가로 플로리다에 사는 인형극 조종사 로널드 브라운이 체포됐다. 이들은 채팅에서 아동을 조리해 먹자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은 현재까지는 이들이 단지 왜곡된 성적 판타지를 놓고 대화만 나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끼리의 은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잔혹한 성적 기호를 서로 충족시켜 왔다. 현재까지 모두 140명의 아동이 피해자로 밝혀졌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도 있는 반면, 사망한 아동들의 사진도 나오면서 이번 사건의 규모가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