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12 20:33
수정 : 2012.08.12 21:37
올해 수확량 1995년 이후 최소
콩도 5년새 최악…가격은 최고
미국 중서부를 덮친 폭염으로 인한 옥수수 수확량 감소가 예상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역사상 최악의 식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농업부는 10일 올해 예상 옥수수 수확량을 지난 1995년 이후 최악인 108억부셀(옥수수 등 곡물의 중량단위·25.4㎏)로 변경해서 발표했다. 지난달 예상량에서 22억부셀이나 줄어든 수치다. 농업부는 또 올해 옥수수 가격 예상 최대치를 지난달보다 39%나 올린 부셀당 8.9달러로 고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미 미국에서 재배 중인 옥수수의 6분의 1이 말라죽었으며 이는 지난 2007~2008년 전세계 30여개국에서 폭동을 불러왔던 식량위기 못잖은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의 추정치로는 농부들이 이미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면적의 옥수수 재배를 포기했다. 옥수수 외에도 동물 사료나 식물성 기름의 주원료인 콩의 수확량도 5년내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콩의 전체 수확예상량은 애초 124억 부셀이었으나, 지금은 108억부셀로 13%나 감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옥수수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시카고 거래소에서 콩 선물의 거래가격은 이미 부셀당 8.43달러에 육박했다. 역사상 최고 수치다. 농업부의 대표연구원인 조셉 글라우버는 “우리는 엄청난 가격 상승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옥수수와 콩 가격 상승이 육류나 가공식품의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오와주에서 소와 돼지를 기르는 켄트 플루이스만은 “내가 겪어본 적이 없는 사태가 닥쳤다”며 사료값이 벌써 20%나 뛰었다고 전했다. 이미 가공식품회사인 네슬레나 크래프트 등은 제품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옥수수값 급등은 미국의 바이오 에탄올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종의 석유 대체연료인 바이오 에탄올은 생산 하한량이 법에 의해 정해져 있는데, 옥수수값이 급등하자 이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에탄올 의무생산 프로그램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는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40% 정도가 투입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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