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10 20:50
수정 : 2012.09.11 08:50
수니파 지도자 ‘궐석 사형선고’ 뒤 연쇄 폭탄테러
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4건의 차량 폭발로 최소 24명이 숨졌다. 바그다드 북쪽 군부대에선 총격과 폭탄공격으로 병사 11명이 숨졌다. 아마라시 남동쪽에서는 2건의 차량 폭발로 14명이 죽고 60명이 다쳤고, 키르쿠크시 북부에선 폭탄공격으로 경찰관 7명이 숨졌다.
이라크 수니파의 지도자이자 현재는 터키로 피신한 타리끄 하시미 전 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가 이뤄진 이날 단 하루 동안 이라크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20여건의 공격은, 이라크가 내전 상태에 들어섰음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하루에만 100여명이 숨졌고, 350명이 부상당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은 전했다.
이는 지난 7월23일 107명, 8월16일 100여명 이후 하루에 발생한 희생자 숫자로 가장 큰 규모다. 하시미에 대한 사형선고로 수니파의 분노가 절정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수니파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에는 사담 후세인의 지휘 아래 다수 시아파를 지배했지만, 후세인 정권 붕괴 뒤 시아파가 정권을 잡으면서 권력 중심부에서는 소외돼 왔다. 그나마 행정부에서 수니파를 대표하던 하시미마저 미군이 철수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19일 체포영장이 발부돼 결국 사형선고까지 받은 상황이라 종파 간의 충돌이 더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이라크에서는 현재 주류세력인 시아파에 대항해 수니파와 쿠르드족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격렬한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특히 미군이 주둔한 가운데서도 내전 상태를 방불케 했던 2006년 2월~2008년 5월에는 민간인을 포함해 100만명 정도가 분쟁에 휘말려 사망했다. 게다가 지금은 미군마저 이라크에서 철수한 상태라 내전 발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터키에 있는 하시미 전 부통령은 자신에 대한 사형선고 소식을 들은 뒤,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진 재판으로 전혀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등이 10일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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