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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교도소 내부 /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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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매거진 <나·들> 창간호
어느 종신범의 기구한 사연…교도소 성폭행 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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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나 세구라 Liliana Segura <네이션> 편집차장
지난 6월 25일 월요일, 미국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8조에 근거해 5 대 4로 청소년범에 한해 가석방 없는 법정 종신형 제도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10대 때 저지른 범죄로 교도소에서 생을 마치게 되는 대부분의 사건은, 절대적 법정형(형벌의 종류와 형량을 법원의 재량에 맡기지 않고 법률에서 엄격히 규정한 형)으로서의 종신형 판결에 따른 것이다. 절대적 법정형의 종신형을 위헌으로 결정한 판결문에서 사법부는 “피고가 10대인 경우, 종신형의 의무 구형이 피고의 나이, 배경, 그리고 범죄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다수의견에서 “절대적 법정형의 경우, 그 본질적 특성상 법관으로 하여금 피고의 나이, 성품, 정황에 대해 고려할 여지를 앗아간다”고 썼다. 의견서는 “기존 제도 아래서는 청소년이라도 성인과 같은 처분을 받는다. 그들의 배경을 고려한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 17살이든 14살이든, 저격수든 공범이든, 안정된 가정에서 자랐든 학대를 받으며 자랐든 간에 법이 정한 대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판결은 트리나 가넷 같은 죄수가 재심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뜻한다. 교도소에서 35년을 지낸 트리나가 어쩌면 자유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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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8월 29일 새벽 1시 40분께, 펜실베이니아 체스터 스프루스가의 한 주택에 불길이 치솟았다. 델라웨어 고속도로 바로 남쪽에 두 가구가 사는 연립주택이다. 화염은 두 시간째 계속 됐고, 브라이언 하비(13살)와 동생 데릭(6살)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웃 주민은 그곳에 있었던 두 소녀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프랜시스 뉴섬(16살)과 트리나 가넷(14살)이었다. 그런데 지역신문 <델라웨어 카운티 데일리 타임스>의 초기 보도에 따르면 “희생자의 엄마 실비아 하비에게 앙심을 품은 이상한 소녀” 트리나가 바로 주요 용의선상에 올랐다. 수사 담당자는 “트리나가 주방 창문을 부수고 기어 올라가, 불 붙인 성냥을 1층에 던진 후 도망쳐 나왔다”고 했다. 같은 해 9월 3일, 트리나는 체포되어 살인·방화·절도 등의 범죄로 기소되었다. 트리나는 보석 절차 없는 감금에 처해졌고, 경찰은 법정에서 그녀가 성인과 똑같이 처벌받을 것이라고 했다.
12남매 중 막내인 트리나는 지능지수가 낮아 읽기와 쓰기도 할 줄 몰랐다. 그때까지 손가락을 빨아 아이들이 놀려댔다. 트리나의 엄마는 9살 때 죽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빠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남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폭력을 휘둘렀다. 그는 가족이 보는 앞에서 기르던 개를 망치로 때려죽인 후 그 사체를 자식들에게 치우라고 했다고 한다. 트리나가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어릴 적에는 형제들이 트리나를 돌봐줬다. 그중에서도 큰언니 에디가 엄마를 대신해 트리나를 보살폈다. 한 살 많은 쌍둥이 린과 린다도 힘을 보탰다. 트리나와 쌍둥이는 가출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버려진 자동차나 건물에서 잠을 잤다. 경찰서에서 옷을 빨고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구했다.
트리나가 11살 때, 할머니는 그녀를 앨런타운 시립정신병원으로 보냈다. 2년 후,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트리나는 병원에서 나온다. 당시 13살인 그녀는 약물치료도 그만둔 상태였다.
화재 이후 교도소의 조사관은 정신감정을 요청했는데, 트리나는 재판이나 수감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 감정에서는 정신분열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그 후 몇 주 지나 시행한 세 번째 감정에서는 트리나가 재판받을 정도는 된다는 판정이 나왔다. 트리나의 변호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검사가 판결과 관련해 트리나를 성인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밀어붙였을 때도 변호사는 가만히 있었다. 나중에 그 변호사는 수감됐고 변호사 자격도 상실했다. 트리나는 1977년 3월 재판정에 섰는데, 현재 재판 속기록은 분실된 상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트리나가 트리나의 유일한 증인이었다는 점이다. 다른 한 명의 용의자인 프랜시스 뉴섬은 검사 쪽 주요 증인이었다. 프랜시스는 배심원단을 향해 “실비아 아줌마가 두 아들을 트리나와 놀지 못하게 하자 트리나가 화나서 불을 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나는 방화, 두 아이에 대한 2급 살인, 재난 야기 등의 죄목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판결은 그녀의 운명을 닫아버렸다. 그 직전 해, 대법원은 절대적 법정형 사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의무로 사형을 구형한다는 것은 잔인하기도 하고, 집행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트리나가 차라리 사형선고를 받았더라면, 감형 사유를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 법정형인 종신형을 선고받은 피고는 감형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트리나의 어린 나이, 심각한 정신적 문제, 가족의 학대와 홀대, 무엇보다 재활의 가능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주의 법정형 규정에 따라, 1977년 7월 7일 델라웨어주 판사 하워드 리드는 트리나에게 두 번의 종신형에, 40년을 추가로 구형했다. 판사는 지금껏 본 사건 중 가장 슬픈 사건이라며 교도소 안에 안전하고 안정된, 또 재활을 돕는 청소년 시설이 없는 것을 염려했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주립교도소에서 형을 시작한 트리나는 그곳에서 간수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출산했다. 그 아이는 보호소로 보내졌다. 트리나의 언니 브렌다(2003년 사망)가 아이의 양육권을 얻어냈다. 아들이었다. 로드니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주에는 10대 때 저지른 범죄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는 죄수가 약 470명이다. 트리나도 그중 한 명이다. 35년 전 펜실베이니아주에는 청소년 재소자가 몇 명 안 됐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가석방 기회 없는 종신형 재소자를 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석방 기회가 차단된 채 종신형을 받은 재소자 수는 2589명에 달한다. 그중 79명이 14살 이하에 저지른 범죄로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그 79명 중 18명이 펜실베이니아에 있다.
그러나 새로운 대법원의 판결은 이런 재소자들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지난 3월 20일 대법원은 ‘밀러 대 앨라배마’, ‘잭슨 대 홉스’ 사건의 구두변론을 들었다. 두 사건 모두 피고가 14살 때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다. 죄질에 상관 없이 14살은 교정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것이 변론의 요지였다. 10대는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시도하며, 또래의 압박에 쉽게 무너진다. 정신적으로 성숙하기엔 아직 이른 때다. 밀러의 변호인은 “14살은 두뇌 구조가 크게 변하는 시기인데, 이때 전두엽과 나머지 뇌 부분의 회로가 정교하게 발전한다. 이를 통해 어른이 되고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며 제어하게 된다. 14살은 이 과정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10대의 두뇌 발달에 대한 같은 내용이 2010년 그라함 대 플로리다 사건에도 소개됐다. 살인죄를 제외하고, 10대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폐지됐다. 이는 2005년 ‘로퍼 대 시몬스’ 사건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로퍼 사건의 판사 안토니 케네디는 “청소년 범죄는 경감해줘야 한다. 따라서 형도 감해진다”며 “청소년은 살인 범죄가 아니거나 살해 의도가 없었다면, 성인과 비교해 도덕적으로 그 범죄를 반으로 감한다”고 밝혔다.
그라함 사건은 대규모 항소 물결을 몰고 왔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는 2급 살인 또는 중죄모살(살인 범죄에 가담했지만 주동자가 아닌 경우) 재소자들이 살인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중 한 명이 트리나다. 트리나는 처음부터 불을 지를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변호사는 “당시 트리나는 누군가를 죽이려는 의지를 가질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트리나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밀러와 잭슨의 사건을 보면 둘 다 죄의 경감 사유와 범죄를 행한 나이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과한 형을 받았다. 그들도 트리나처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들의 변호를 맡은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이런 판결의 대다수가 몇 개 주에 집중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예로 들어 “14살 아이가 누가 봐도 살인 의도가 없는 살인을 저질렀으나 현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다”고 했다.
절대적 법정형인 종신형이 법정의 화두로 떠올랐다. 밀러 사건 심의를 담당한 법관 스테판 브레이어는 “만약 피고가 발달미숙, 나이, 가정환경을 고려해 죄가 경감될 사유가 있음에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동료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잭슨 사건의 심의에서 “14살짜리 아이를 그저 내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하지만 트리나와는 달리 의도적으로 잔인한 폭력을 행사한 10대들이 문제다. 이런 경우도 감형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밀러 사건만 해도 10대 후반의 청소년이 이웃을 야구방망이로 때린 뒤 그의 거처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변호인 스티븐슨은 10대는 판단력이 약하다는 점을 들어 감형을 주장해, 경감 사유가 받아들여졌다. 트리나처럼 밀러도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아래서 학대받으며 자랐고,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 밀러는 5살 때부터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일행이 총으로 한 여성을 쏘는 동안 절도에 가담한 쿤트렐 잭슨 역시 ‘경감 사유’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그의 변호인에 따르면 “잭슨은 폭력으로 가득 찬 집에서 자랐다. 할머니가 삼촌을 총으로 쐈고, 어머니가 이웃을 쐈으며, 형도 누군가를 쐈다”고 한다.
지난 3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는 청소년 재소자에 대한 첫 번째 전국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체 재소자의 60%에 달하는 1579명이 답변했다. 이 중 79%가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자랐다. 절반가량은 신체적으로 학대당했으며, 그중 79.5%가 여자아이다. 가난과 홀대, 정신적 상처가 그들의 공통분모였다.
나는 트리나의 언니 에디와 린, 그리고 오빠 게리를 구두변론이 있기 전 해리스버그에서 만났다. 가족 대부분이 트리나가 있는 교도소 가까이로 이사 왔다. 린은 사진을 들고 왔다. 트리나가 어릴 적 웃고 있는 모습, 땋은 머리에 분홍 원피스를 입은 모습, 앨런타운 병원 바깥에 서 있는 모습, 1987년 아들 로드니가 방문했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가장 최근 것은 2011년 4월 로드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커다란 나무와 뭉게구름 앞에 선 로드니는 이제 큰 키에 어깨가 떡 벌어진 30대 성인이 됐다. 사진 속에서 로드니는 트리나 어깨에 팔을 둘렀고 트리나는 웃고 있었다. 이제 트리나의 머리카락은 회색빛을 띠기 시작했다. 사진 테두리에는 나비 넥타이를 한 토끼가 “부활절을 축하해요”라고 말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제 50살이 된 트리나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다. 잘 걷지 못해 휠체어를 이용한다. 언니 에디가 말했다.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몸무게도 많이 줄었어요.” 트리나는 한때 감시가 적고 의료시설이 잘된 교도소로 이송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곳은 가족이 있는 곳에서 400km 넘게 떨어져 있어, 가족들이 자주 방문할 수 없었다. 트리나는 다시 원래 있던 해리스버그 교도소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트리나는 젊었을 때 교도소 안에 있는 학교, 운동부, 동물조련사 양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언니 린이 “트리나는 개를 무척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물조련사 프로그램 교실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트리나는 종신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특별활동 선택에 제약이 따랐다. 종신형은 죄질이 ‘최악’으로 여겼고, 그중에서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죄수는 교도소 프로그램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트리나의 형제들이 처음 면회 왔을 때, 그들은 모두 어른이 되어 있었고, 여러 곳에 흩어져 살았다. 누구도 트리나의 화재나 재판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에디가 말했다. “난 트리나의 재판과 관련해 어떤 곳에도 불려간 적이 없어요. 우리는 몰랐어요.” 트리나는 형제들에게 자신은 불을 지를 생각이 없었다고, 프랜시스가 창문으로 넘어가도록 도와줬으며 혼자서는 오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 당시 트리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에디는 “트리나는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을 거예요. 무엇에 대한 재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테죠”라고 말했다. 린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트리나가 정상인과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자라면서 트리나는 읽지 못했고, 노는 데도 뒤처졌어요. 그냥 아기 같았죠.” 에디는 “한 살 차이인 린과 린다가 혼자서 옷 입을 때 트리나는 그걸 못했어요. 신발도 거꾸로 신을 정도였으니까요”라고 말했다.
트리나는 5살 때 자기 몸에 불을 붙인 적이 있다. 그녀는 성냥을 갖고 놀다 불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에디는 그때를 회상하길, 트리나와 같은 침대에서 잤는데 갑자기 발쪽에서 열기가 나고 불빛이 솟는 걸 봤다고 했다. 에디가 “불이야!” 하고 고함쳐 남동생 웨인이 방으로 달려왔는데, 그때 트리나는 불길에 휩싸였다고 한다. 트리나는 그때 화상을 입어 흉터가 남았다.
1982년 트리나의 변호사는 첫 번째 재판에서 그녀가 제대로 된 변호를 받지 못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1983년 재판에서는 트리나의 정신상태에 대한 재감정을 요청했다. 정신과 의사 마크 슐킨은 트리나가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검사에서 트리나는 지금이 몇 년도인지, 3+2가 몇인지 답하지 못했다. 방금 소개해준 변호사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슐킨 박사는 “만약 트리나가 하비 집에 성냥불을 던졌다고 하더라도, 화재로 인해 두 소년이 탈출하지 못해 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결과를 생각하는 것은 트리나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검사는 트리나가 5살 때 일어난 화재사고를 예로 들며, “트리나는 성냥불이 하비 집에 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슐킨 박사도 “그녀가 불을 낸 적이 있고, 화상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불이 나면 사람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점은 알았을 것”이라는 부분은 인정했다. 검사는 트리나의 전 상담자의 증언을 빌려, “트리나는 화나게 하면, 상대 아이를 괴롭히기 위해 그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같은 걸 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사는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트리나가 하비 부인에 대한 복수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느냐”고 물었다. 슐킨 박사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해, 재심 청구는 기각됐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한때 재소자들의 재활환경 개선운동의 선두에 있었다. 비록 인종차별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1828년 세워진 필라델피아 보호소는 나이 어린 범죄자를 위한 대안 시설이었다. 그곳에는 20여 년간 오직 백인 아이들만 재활을 위해 보냈다. 흑인 아이들은 그냥 성인 교도소로 보냈다. 1849년 말이 되어서야 진보개혁가들의 요청으로 유색 아이를 위한 보호소가 생겼다.
보호소는 ‘청소년교도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1903년 제정된 청소년법에 따라 경미한 범죄는 청소년법원에서 다뤘다. 1930년대에는 관할 영역을 넓혀 18살 미만 살인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를 청소년법원에서 심의했다. 그러나 청소년법원의 온정적 태도는 사라져갔다. 형법의 주요 목적을 범죄자의 재활로 삼던 기존 법이 1972년 엄격하게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1968년 리처드 밀하우스 닉슨 대통령이 외친 법질서 캠페인과, 1972년 ‘약물과의 전쟁’ 공약은 1980~90년대 인종차별을 몰고 왔다. 각종 매체에서 10대 강력범 무리가 나라 곳곳에 퍼져 있다고 했다. 각 주에서는 범죄에 강경대응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청소년도 범죄와 관련해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았다. 1995년 펜실베이니아주는 청소년법을 수정해 청소년법원의 관할 범죄 항목을 줄이고, 더 많은 청소년을 성인 수감시설에 집어넣었다.
성인과 같은 형량을 받는 청소년 범죄자 수가 늘어나자, 인종 간 분열이 일기 시작했다. 새로운 법은 사람들의 오랜 편견, 즉 유색 아이들은 본질적으로 범죄 성향이 강하고 재활 가능성도 적다는 생각을 반영한 듯했다. 오늘날 10대 범죄자 중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흑인과 남미계 청소년이 월등히 높다. 그런 경향은 특히 백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일 경우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13~14살에 종신형을 선고받은 재소자의 70%가 유색인이다. 트리나도 그중 한명이다.
오늘날 펜실베이니아에서 1급 또는 2급 살인죄로 기소된 청소년은 자동으로 성인 교도소로 보내진다. 청소년법에 따라 다뤄야 하는 이유를 입증해야 할 책임도 피고가 진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절대적 법정형으로 의무사항이다. 사실상 석방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펜실베이니아주 교도소의 사무국장 윌리엄 디마치오는 “가석방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감형심의기관을 통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주지사 톰 리지가 1990년대 도입한 개혁안에 따르면, 5명의 위원이 펜실베이니아주의 감형위원회를 구성한다. 법무부 장관과 부지사도 속해 있다. 위원 전원이 동의해야만 감형이 된다. 디마치오는 “위원들은 정치적 야심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무조건 반대표를 던진다”고 한다. “만약 가석방된 사람이 또다시 죄를 지으면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디마치오는 수감 중인 트리나를 몇 년 전 만난 적이 있다. 가석방에 대해 조언해주는 일상적 과정이었다. “트리나는 휠체어를 타고 왔어요. 좀 놀랐죠. 트리나가 어떤 상황인지 몰랐거든요. 트리나에게 ‘교도소를 나가면 어떻게 생활할 계획이냐’고 물었죠. 트리나는 ‘맥도널드에서 일할 것’이라 답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사건이 제법 있어요. ‘이 사람을 교도소에 격리시키는 것이 사회에 어떤 이익을 주는가’ 고민하게 돼죠.”
몇몇 조직의 사람들이 청소년에 대한 법정형 선고 개혁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러나 형사법 체계 안에서 종신형은 핵심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 사형 선고 반대자들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사형의 대안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하비 가족이 살던 집은 이제 비어 있다. 지난 4월 어느 토요일, 작은 화물차 한 대가 그곳에 섰다.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 더미가 쌓여 있다. 몇 집은 아예 판자로 문을 막아놓았다. 집 앞에 압류 딱지가 붙어 있는 곳도 제법 있다.
린다 가넷은 어릴 때 살던 스프루스가에서 3km가량 떨어진 브룩헤이븐 교외에서 산다. 기자가 린다의 집에 도착했을 때 장난감 공을 들고 있었다. 트리나가 어릴 때 갖고 놀던 것이다. 그 시절 물건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때때로 트리나와 함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사람들이 길에서 린다를 알아본다고 했다. 트리나가 가지고 있던 사진에서 봤다고 한다. 그들은 “아세요? 저 트리나와 함께 교도소에 있던 사람이에요. 트리나는 착한 사람이지요”라고 말했다.
린다는 에디와 린, 또 오빠와 함께 몇 달에 한 번씩 트리나를 보러 간다. 그들은 함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웃는다. “우리는 그녀를 여전히 안아주고 키스해주고, 얼굴도 쓰다듬고 해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형제들은 트리나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과 음료수를 사다줬다. “트리나가 교도소에 가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요. 학교를 졸업하고, 졸업식에서 입을 드레스를 고르고 그런 평범한 일상 있잖아요. 보통 10대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요. 그다음에 가정을 꾸리고, 가구도 고르고 그러면 좋겠다고 하면서.”
만약 대법원이 10대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 금지 명령을 제한하거나, 해당 연령을 15살 이상으로 하거나, 아예 절대적 법정형을 없앤다면 트리나는 재심의 기회를 얻게 된다. 트리나의 가족은 법개정을 통해 트리나가 집에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 The Nation
번역 하수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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