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2.09 20:21 수정 : 2012.12.09 23:45

영국 왕세손비 캐서린(케이트) 미들턴. 한겨레 자료사진

방송국 면허 취소 검토

막장 방송의 살인사건인가? 고지식한 간호사의 과민반응인가?

한 오스트레일리아 라디오 방송사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왕세자를 가장해 병원에 전화를 걸어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의 상태를 방송한 사건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장난 전화에 속은 담당 간호사가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바람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심각한 입덧 증세로 영국 런던 킹에드워드7세 병원에 입원한 미들턴의 상황을 알고 싶었던 <2데이에프엠(FM)>의 두 방송 진행자 멜 그레이그와 마이클 크리스챤은 지난 4일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레이그는 여왕 역할을, 크리스챤은 찰스 왕세자 역할을 맡았다. 마침 전화를 받은 당직 간호사 재신사 살다나는 그들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해 주었고, 녹음된 이 대화는 그대로 전파를 탔다. 영국 왕실 기밀로 취급되는 미들턴의 현재 건강 상태도 여과없이 알려졌다.

두 진행자는 방송 이후 시시덕거리며 “해본 것 중에 가장 쉬운 장난전화였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이 장난전화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떠들었다. 방송국은 홈페이지에 장난전화 부분을 따로 떼내어 ‘사상 최대의 왕실 장난전화’라는 제목을 붙여 자랑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간호사 살다나가 7일 자살한 채로 발견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두 사람의 진행자는 즉각 해고됐고, 방송국은 모든 상업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두개의 대형 광고주가 광고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하고, 다른 광고주들도 광고 철회를 검토하던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호주통신미디어청(ACMA)은 이 방송국의 방송면허 취소 검토에 들어갔다.

방송국 쪽은 두 진행자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 방송국이 개인적인 대화를 방송해서는 안된다는 언론관계법을 위반했다고 분석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