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1 19:39
수정 : 2012.12.11 21:31
관련 혐의 사상 최대액수 부과
기소유예 처분 ‘봐주기’ 비판도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을 세탁해준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아온 유럽 최대 은행 에이치에스비시(HSBC)가 2조원이라는 기록적인 벌금을 내게 됐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HSBC가 합의금과 벌금을 합쳐 19억2000만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미국 사법부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됐다고 10일 전했다. 돈세탁 관련 혐의에 대한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른 조직”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처가 HSBC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127억달러의 이익을 낸 만큼 큰 타격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HSBC는 7월 미국 상원에서 7년간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 통로로 이용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뒤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이 은행은 또 이란이나 북한 등 금융제재 대상 국가의 자금도 거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HSBC는 멕시코 지사를 통해 미국에 돈을 송금한 뒤 다시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2007~2008년 2년 동안 70억달러나 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이 HSBC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검찰이 범죄 사실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재무부 등에 HSBC를 기소할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애초부터 기소유예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결국 경제가 망가질 우려 때문에 대형은행은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는 것이다.
HSBC와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 또한 이날 벌금 3억2700만달러를 내는 데 합의했다. 이로서 바클레이스, 아이앤지(ING) 등 불법 돈세탁 혐의가 발견된 6개 은행은 한곳도 기소되지 않고 벌금만으로 죗값을 치렀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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