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6 20:01
수정 : 2012.12.16 22:39
처참했던 현장
교장·교사, 학생 대피·보호 안간힘
총성뒤 교실벽장에 아이들 숨기고
화장실로 데려가 책꽂이로 방어막
14일(현지시각) 오전 9시30분.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부촌 가운데 한곳인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초등학교에 차 한대가 막무가내로 진입했다. 집에서 엄마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놓은 애덤 랜자(20)는 모친이 아끼던 총 세자루와 방탄조끼로 중무장한 채 ‘총기 없는 구역’으로 작심하고 침입했다.
경찰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학교는 이미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학살은 한 구역 2개 교실에서 이뤄졌고, 6~7살 여자 어린이 12명과 남자 어린이 8명, 교사 6명이 숨졌다. 어린이 7명의 시신을 부검한 코네티컷주 검시관은 15일 주검에서 2~11발의 총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애덤이 어린이들을 교실에 가둬놓고 총격을 퍼부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장에서는 반자동 라이플총 한자루와 권총 두자루가 발견됐는데, 이 검시관은 어린이 전원이 라이플총에 숨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이 총을 맞고 고통스러워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오래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 수가 500여명이나 되는 학교에서 희생자 수가 더 늘지 않았던 것은 숨진 여성 교직원 6명 등 어른들의 희생과 용기 덕분이었다.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지고,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지를 발휘한 교직원들의 활약은 미 전역을 뒤덮은 절망 가운데 한줄기 위안이 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누군가 확성기를 켜 학교 전체에 ‘총성’을 전했고, 교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교무회의 중이었던 돈 혹스프렁(47) 교장은 사고를 직감한 순간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뛰쳐나갔고, 결국 숨진 채로 발견됐다. 1학년 교사였던 빅토리아 소토(27) 역시 총소리가 난 직후 학생들을 교실 벽장에 숨겼다. 사촌 짐 윌치는 “소토가 애덤 랜자와 아이들 사이를 막고 서 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소토는 자신이 챙겨야 하는 것을 했고, 어린이들을 보호해냈다. 그는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1학년 교사 케이틀린 로이그는 학생 15명을 화장실로 데려가 책꽂이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또 아이들에게 훈련이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거나 놀란 아이들에게 종이와 크레파스를 나눠주는 등 최악의 상황 속에서 학생들을 안심시킨 교사들의 기지도 빛을 더했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관 사서부터 경비까지 사고를 알리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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