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7 20:25
수정 : 2012.12.17 21:01
충격에 빠진 미국
쇼핑몰서…다행히 인명피해 없어
코네티컷 추모기도회 중 대피도
미국 코네티컷주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인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부 쇼핑몰에서 40대 남성이 50발이 넘는 총알을 마구 쏘는 또다른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크리스마스 쇼핑을 위해 북적이던 쇼핑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몇명은 떠밀려 쓰러지기도 했다. 사람을 겨냥하고 쏜 것이 아니라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총기난사의 비극을 시한폭탄처럼 품고 있는 미국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비극의 현장인 코네티컷 뉴타운은 슬픔에 잠겨 있다. 이날 뉴타운 고등학교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기도회가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규제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미국의 사랑과 기도를 전한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이날 사건 현장 근처의 성당 가까운 곳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협박이 들어와 추모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누군가가 세인트 로즈리마 성당에 전화를 걸어 폭탄 위협을 했으며, 일요일을 맞아 성당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던 신자와 추모객들은 서둘러 피신해야 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을 통해 범인인 애덤 랜자가 탄창 30여개와 총알 수백발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대니얼 맬로이 코네티컷 주지사는 <에이비시>(ABC)방송에서 “애덤은 경찰이 학교 건물에 진입하자 자살했다”면서 “범인이 두번째 교실에 들어갔을 때 경찰이 오는 소리를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의 출동이 늦어졌을 경우 인명피해가 훨씬 커졌을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랜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그의 컴퓨터와 주변인들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랜자의 엄마가 종말론자라거나, 랜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등의 전언이 나오고 있다.
형언하기 힘든 슬픔 속에서도 가해자의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는 비극뿐인 이번 사건에서 미국인들을 위로하는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딸 에밀리(6)를 잃은 로비 파커는 추모 기도회에서 눈물이 가득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이번 비극을 통해 우리가 더 겸손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게 해달라”며 기도하면서 랜자의 가족에게도 “우리가 사랑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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