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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25 20:37 수정 : 2012.12.25 22:55

올해 떠나간 이들

닐 암스트롱·에릭 홉스봄 등
세상 바꾼 저명인사 잇단 사망

2012년 화성에 ‘큐리오시티’가 있었다면, 1969년 달 표면엔 ‘위대한 지구인’ 닐 암스트롱이 있었다. 그해 7월 그가 달 표면에 새긴 첫 발자국은 인류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정표가 됐다. 그러나 이 위대한 인간도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진 못했다. 8월 그가 심혈관질환 수술 합병증으로 82살로 숨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의 정신은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남아 있을 것”이라는 애도사를 남겼다.

올 한해에도 많은 저명 인사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혁명, 자본, 제국, 극단으로 이어지는 ‘시대’ 시리즈를 남긴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95살의 나이로 10월 숨졌다. 사인은 폐렴이었다. 그는 평생 동안 급진적 마르크스주의의 이상을 버리지 않았던 위대한 역사학자이자 실천하는 양심이었다. 홉스봄은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무기를 내려놓지 말자. 사회 불의에 여전히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고, 실제 그 말을 지키려 애쓰며 살았다. ‘가장 별스럽고 끔찍했던’ 20세기를 치열하게 살았던 노학자가 마지막으로 써낸 책의 제목은 <세상을 바꾸는 법>(2011)이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데 반드시 심오한 철학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5월 84살의 나이로 숨진 헤어 디자이너 비달 사순은 미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전복하는 방법으로 여성 해방에 중요한 주춧돌을 놓았다. 1960년대 그가 개발한 간편하게 다듬을 수 있는 단발머리 ‘보브 커트’는 여성들을 그 전까지 유행하던 돌돌 말아 올린 ‘보풀머리’에서 해방시켰다. 동시에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졌고 여권이 신장되기 시작했다.

영원히 화려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 이들도 적잖이 우리 곁을 떠났다. <엠마뉴엘>과 <개인교수>로 널리 알려진 실비아 크리스텔, 케빈 코스트너의 품에 안겨 “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겠어요”(아일 올웨이즈 러브 유)를 노래하던 휘트니 휴스턴, 무하마드 알리와 세 차례나 세기의 대결을 벌였던 권투선수 조 프레이저가 그들이다.

그밖에도 동남아 현대사의 산증인이었던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전 국왕, 미국의 아메리카원주민 민권운동가이자 영화 <라스트 모히칸>의 배우이기도 한 러셀 민스,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인 천체물리학자 팡리즈 등도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내딛은 한 걸음은 그들에게는 작은 전진이었을지 모르지만, “인류 전체에게는 실로 위대한 약진”(닐 암스트롱)임에 틀림없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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