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7 20:28
수정 : 2013.01.07 20:28
바젤위 ‘단기유동성 대책’ 4년 늦춰
2019년까지 100% 채우도록 완화
‘금융위기 재발방지’ 애초 취지 무색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추진된 바젤위원회의 규제안이 시작도 하기 전에 대폭 후퇴했다.
바젤위원회가 2015년부터 적용하려고 했던 은행의 단기유동성비율(LCR) 규제안을 4년 늦추기로 수정 승인했다고 6일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원래 2015년부터 단기유동성비율을 100%로 맞추기로 했지만, 60%부터 시작해 매년 10%씩 비율을 늘려 2019년에야 100%를 채우도록 수정한 것이다.
단기유동성비율은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이 벌어질 경우에도 한달 정도는 은행이 버틸 수 있도록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국채나 우량회사채 보유량을 규정한 제도다. 100%라면 30일 동안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돈 전액을 항상 현금 또는 국채 등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젤위원회는 또 단기유동성비율에 포함되는 자산을 신용등급 BBB- 이상인 회사채와 우량 모기지담보부증권 등까지도 확대하기로 했다. 시행도 늦추고 보유해야 할 현금성 자산의 안전성도 완화시켜준 셈이다. 바젤위원회의 의장인 머빈 킹 뱅크오브잉글랜드 총재는 “이번 조처는 규제안을 완화시켜준 것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으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조차 확 풀린 규제안에 놀란 눈치다. 이 규제가 적용된다면 당장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던 은행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투자자문사인 엑산느 BNP의 은행 분석가 다니엘 데이비스는 “시장에서 예상하던 것보다 더욱 완화된 조처다. 은행들이 크게 한숨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는 사상 처음으로 마련된 전세계적인 은행 유동성 기준이 채 시행도 되기 전에 크게 완화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2010년 선포된 바젤위원회 규제안이 처음 공식적으로 후퇴한 조처라고 지적했다.
바젤위원회는 전세계 27개 주요국 중앙은행과 금융규제기구의 대표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단기유동성비율 등을 높이는 내용의 ‘바젤Ⅲ’ 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바젤Ⅲ는 201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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