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26 20:18
수정 : 2013.02.26 22:30
제조 비용 많이 들고 사용도 안돼
이달부터 만들지 않고 회수 시작
스위스 등 세계 각국서 퇴출
“물가인상 부추겨” 반대 목소리도
캐나다가 이달부터 1페니(센트 동전의 애칭)의 발행을 중단했다. 1센트 동전을 만드는 비용이 1.6센트나 드는데다 더이상 1센트로 살 수 있는 물건도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캐나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상당수가 ‘푼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번달부터 1페니의 발행을 중단하고 시중의 페니를 천천히 회수하고 있다. 1페니를 당장 법적 화폐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적으로 도태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회수된 동전은 녹여서 자원으로 재활용한다. 현재 캐나다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페니의 개수는 약 350억개로 추정되는데, 이를 녹이면 8만2000t의 강철과 니켈, 구리 등을 얻을 수 있다. 단순 추산해도 자동차 8만여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미 가장 작은 단위의 동전을 퇴출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활발하다. 미국 ‘페니 퇴출을 위한 시민’의 대표 제프 고어는 26일 영국 <비비시>(BBC)에 “화폐의 목적은 현금의 흐름을 쉽게 하기위해서인데, 페니는 이미 이런 점에서 쓸모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페니의 존재 때문에 매번 현금 이체 때마다 2~2.5초의 시간이 허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득세하면서 영국은 1984년 0.5페니를 없앴고, 뉴질랜드는 1989년 1, 2센트 동전을 퇴출시켰다. 네덜란드가 2004년 1·2유로센트 동전을, 브라질이 2004년 1레알 동전을, 스위스가 2006년 1상팀 동전을 없애는 등 최근 들어서도 동전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아직 화폐 단위로는 존재하지만 실생활에서 찾아보기 힘든 동전들은 자연적으로 퇴출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탄자니아의 5센트 동전은 325개, 스리랑카 1센트는 126개가 모여야 미국 1센트 가치와 맞먹는다. 탄자니아 정부는 5센트 동전을 퇴출시키고 그 안에 든 동을 판매하는 계획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부 동전 유지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동전 퇴출이 물가인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센트짜리 물건은 페니가 사라지는 경우 가격이 10센트로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동전 모금으로 재원을 모으고 있는 자선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 야생동물기금은 지난 2003년부터 안 쓰는 동전을 모아달라는 ‘코인 스타’ 캠페인을 통해 49만달러나 모았다. 동전 전문지 <코인 뉴스 매거진>의 필립 머셀 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지켜야할 유산의 일부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