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14 10:51
수정 : 2013.03.14 10:52
바티칸 내부자 아니지만 교황 직속인 예수회 출신
가톨릭 관료주의 개혁 작업 진행될 것으로 예측
교리에서는 보수적, 사회문제에서는 개혁적, 바티칸과의 관계에서는 비내부자, 출신에서는 비유럽.
226대 새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1세에 대한 요약이다. 교리에서 보수적인 유럽 출신의 바티칸 내부자이고, 사회문제에서도 중도적 성향을 넘지 못했던 기존 교황과는 많은 다른 측면을 지닌 것이다. 프란치스코 1세의 교황 선출은 그만큼 가톨릭이 새로운 환경과 과제에 처해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출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는 젊고 개혁적인 교황의 탄생에 대한 교회 안팎의 기대와 기존 가톨릭의 주류 질서와의 타협이 프란치스코 1세의 교황 선출로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가톨릭 신자의 40%가 몰려있는 중남미 교회의 목소리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데다, 사회불평등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의 선출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동성애와 낙태 등 가톨릭 교회 내의 핵심 논쟁거리 등 교리 측면에서는 기존 교회 주류 세력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프란치스코 1세 선출의 동력이 됐다. 이런 점에서 그의 교황 선출은 ‘신의 선택’이라고 평가된다.
특히, 그의 선출로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사회 불평등을 “하늘에까지 비명이 울리는 사회적 죄”라고 강력히 비판했고,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회의 의무를 강조해왔다. 바티칸 내부자가 아니라는 것도 교회 개혁에 대한 그의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가톨릭 교리 담당자로 일해왔던 전임 베네딕트 16세와는 달리 그는 평생을 바티칸이 아닌 지역 교회에서 평생 종사했다. 보수적인 아르헨티나 교회를 현대화하는데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가 교황의 직속부대라고 할 수 있는 예수회 출신이라는 것은 바티칸에 어느 정도 균형추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그가 가톨릭의 본고장인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인데다, 이탈리아어도 능통해 기존 바티칸 관계자와의 소통에도 안전판이기도 하다. 예수회가 바티칸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나, 애초 탄생이 교황의 직속 선교단으로 출범한데다, 교리 측면에서는 대개 바티칸과 크게 어긋나지 않아왔다. 특히 그는 성 도덕 문제에서는 비타협적이고 원칙적인 보수적 교리를 고수하고 있다.
바티칸과의 원만한 관계에다가, 언론과의 접촉 등에서도 그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서 바티칸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이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의 교황 선출은 기존 바티칸 주류 세력들이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개혁적 진영도 수동적 동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의 교황 즉위는 앞으로 사회 참여 속에서 교회의 역할 확대와 함께 가톨릭 관료주의 개혁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안정 속의 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교회가 내홍을 겪는 성도덕 문제와 관련된 핵심 교리가 얽힌 사회문제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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