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28 20:42
수정 : 2013.03.28 22:48
양국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달러 대신 자국통화로 무역 결제
해외언론 “위안 위상 강화” 전망
브릭스개발은행 출범엔 합의못해
중국 위안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중국은 27일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브라질과 양자회담을 열고 300억달러(1900억위안/600억헤알, 약 33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로써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은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6곳으로 늘었다.
이번 협정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다. 두 나라 무역 규모는 2003년 67억달러에서 지난해 750억달러로 급증했다. 중국은 브라질의 천연자원과 공산품 수출시장이, 브라질은 자국의 농산물을 대량 소비하는 중국이 필요하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달러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달러가 아닌 위안화나 헤알화로 결제할 수 있어 환리스크 등을 피할 수 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양국간 무역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위안화의 달라진 위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통화스와프가 위안화에 끼칠 영향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나라들은 브라질에 견줘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상징적인 조처로 여겼다. 하지만 중국의 최대 교역국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은 위안화를 실제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번 협정은 중국의 지속적인 위안화 세계화의 산물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달러 패권주의에 대항하려고 위안화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세계시장에서 위안화 결제 규모는 2011년 3300억달러(2조1000억위안)에 달했다. 2009년까지 위안화 결제가 전무했던 것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이미 전세계 주요 헤지펀드가 위안화를 거래하고 있고, 맥도널드 등 다국적 기업들이 위안화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홍콩에서 외국기업들이 발행하는 위안화표시채권 ‘딤섬본드’의 규모는 2011년 200억달러(1300억위안)로, 2010년보다 3배 늘었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가 중국과 31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은 데 이어 영국도 올해 초 중국과 협상에 나섰다.
한편, 27일 폐막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애초 전망과 달리 브릭스 개발은행 출범에 합의하지 못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을 위한 공식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브릭스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상호협력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국은 은행 설립에 필요한 4조5000억달러 규모의 종잣돈 마련과 기구 운영 방안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발라 라마사미 상하이 중국·유럽국제경영학교 교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를 세우겠다고 했지만 브릭스가 공통의 정체성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연합체로서의 브릭스는 실체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외환위기에 대비한 1000억달러 규모의 브릭스 기금 조성에는 합의했다. 이 기금엔 중국이 절반가량인 410억달러를 출자했고, 러시아, 브라질, 인도가 180억달러씩 분담했다. 남아공은 50억달러를 내기로 했다.
이춘재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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