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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3 20:28 수정 : 2013.04.04 08:38

사상 첫 재래식무기 수출입 제한
테러·반군·범죄 조직에 판매 금지
러·중·인도 기권…효과반감 예상도

민간인 공격과 테러 등에 재래식 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막으려고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유엔 무기거래조약(ATT)이 2일 채택됐다. 대량파괴무기(WMD)의 거래를 제한하는 조약은 있지만, 재래식 무기에 대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은 이날 총회를 열어 찬성 154표, 반대 3표(북한·시리아·이란), 기권 23표로 이 조약을 채택했다. 조약 가입국은 권총과 휴대용 견착식 미사일부터 탱크, 헬리콥터에 이르기까지 재래식 무기의 수출 내역을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테러 조직이나 무장 반군 단체, 조직범죄 단체 등에 수출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 조약은 1996년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이후 가장 중요한 무기 관련 조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권단체들은 1991년 걸프전 발발 이후 유엔을 상대로 이 조약의 제정을 촉구해왔다. 인권단체 옥스팸 인터내셔널의 활동가 애나 맥도널드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조약이 시리아의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제2의 시리아가 등장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주요 무기거래국인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이 기권해 조약의 실효성이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도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인 2007~2011년 무기 구입을 2002~2006년에 비해 38%나 늘릴 정도로 국제 무기시장의 ‘큰손’이다. 이 기간에 선진국들이 무기 구입을 대폭 줄인 것과 대비된다.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도 기권했다.

무기수출 1위 국가인 미국에서도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규제 반대 단체들의 저항으로 의회의 비준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미국 정부는 이 조약이 국제거래에만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총기협회는 이미 비준 반대 운동에 나섰다.

연간 700억달러(약 7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재래식 무기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무기거래상을 단속하는 조항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이들의 막강한 로비 공세로 조약이 유명무실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무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이란의 핵 위협을 빌미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에 미국산 무기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무기제조업체들한테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에 따른 긴축재정이 더욱 걱정거리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3월 시작된 연방정부 지출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에 대응하느라 국방예산 460억달러(약 50조2000억원)를 줄이기로 한 상태다. 2008~2010년에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도 실질가치로 따져 10% 정도 감소했다.

미국의 반대로 탄약 수입 규제 관련 조항은 아예 포함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또 이번 조항이 무기 판매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무기 임대나 원조 등의 형태로 이뤄지는 무기 이전도 규제망을 피하게 됐다.

이런 한계를 의식한 듯 이번 유엔 총회 의장국인 오스트레일리아의 피터 울컷 유엔 주재 대사는 “건물을 지으려고 좋은 뼈대를 마련했지만, 아직은 뼈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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