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전하는 풍경
“15일 태양절 행사 앞두고
잔디심는 군인, 춤추는 여성…
정작 폭풍의 핵은 평화로워”
대외적 긴장 고조와 대비
“북한의 위협과 엄포는
김정은 체제 강화용” 분석
외신 기자들이 평양발 르포를 타전하고 있다. 지난 6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이어 11일 <에이피>(AP)가 평양의 상황을 보도했다. 평양 시민들이 “전쟁 준비보다 도시 치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에이피>는 보도했다. 닷새 전, “다가올 전쟁보다 봄맞이에 더 바빠 보인다”고 전한 <이코노미스트>와 큰 차이가 없다.
그들이 목격한 것은 ‘태양절’(4월15일)을 준비하는 평양 시민들이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은 북한 최대 국경일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북한 전역이 태양절 준비로 바쁘다. 그 사정은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평양의 거리에는 혼란의 기운이 전혀 없다. 총을 내려놓은 군인들은 잔디를 심고, 삽을 든 학생들은 나무를 심고 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 앞에 헌화하는 학생들,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여성들을 소개하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습 대비 훈련을 간간이 벌여왔는데, 최근 몇달 동안은 그런 훈련이 없었다”는 평양 주민의 말도 전했다.
예상과 조금 달랐던 듯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있는 폭풍의 중심지는 이상하게도 평화롭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에 대한 주민 김은철(40)씨의 설명이 <에이피>의 평양발 르포에 있다. “우리는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 그래서 긴장이 높아져도 (전쟁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교도통신>도 이날 평양발 르포 기사에서 “시민들은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장난치며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향한 정기 항공편의 객석은 3분의 2 정도만 채워졌다. 중국이 자국민의 북한 관광을 제한한 탓인지 승객 중에는 서양인들이 많았다.
평양발 르포를 제외하면, 외신에 등장하는 북한은 숨가쁘고 긴박하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북한 위기’라는 20여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10일부터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시간 단위로 방송되는 뉴스 캐스트마다 한반도 긴장 관련 소식을 여러 꼭지 배치했다. 그 가운데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 핵 시설을 해제하는 데 56일이 걸린다”는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도 포함돼 있다. 다른 외신들 역시 한반도 긴장 상황을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다.
대외적 위협과 내부적 평온이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내부 목적을 위한 외부 위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6일 르포에서 “미국과 한국을 향한 북한의 위협과 엄포는 김정은을 ‘두려움 없는 지도자’로 묘사하려는 내부적 소비에 쓰이고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 와중에 평양을 찾는 해외 손님들의 소식을 보도했다. 통신은 10일 “김일성 동지의 생일에 즈음해 라틴아메리카 주체사상연구소 대표단, 러시아 원동지역 김일성·김정일주의 연구협회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재중·재일·재러 동포 단체 대표자들이 속속 평양에 도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평양 주재 외국공관 및 국제기구 직원들의 철수를 권했던 것과 대조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평화 제로’ 한반도, 북한 도발의 끝은? [한겨레캐스트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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