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15 20:05
수정 : 2013.04.15 22:14
스톡홀름연구소 ‘2012년 보고서’
전년보다 0.5% 준 1조7500억달러
미·유럽 긴축 여파…중·러는 늘어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미국과 유럽이 긴축정책으로 군사비를 줄인 영향이 크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비는 늘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14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이 전년 대비 0.5% 준 1조75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세계 군사비 지출이 감소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군사비 지출 감소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경제위기로 긴축정책을 실시한 데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결정한 탓이다. 중국의 5배에 육박하는 국방예산을 지출하는 미국은 지난해에는 군사비 지출을 6% 줄였다. 이로써 미국은 20여년 전 옛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세계 군사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0% 미만(39%)으로 떨어뜨렸다. 미국은 2014년 말까지 아프간에서 완전 철군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수천억달러의 국방비를 줄일 예정이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최근 국방부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주문한 바 있다. 유럽도 2008년 금융위기 여파를 겪고 있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군사비 지출은 지난해 약 10% 줄었다.
반면, 중국의 지난해 군사비 지출은 전년 대비 7.8% 늘었다. 2003년과 비교하면 무려 175%나 증가한 규모다.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토분쟁을 벌이는 등 군사적 팽창주의로 이 지역의 군사비 지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일본뿐 아니라 인도와 베트남, 필리핀 등도 중국의 위협에 대항한다며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비도 지난해 16% 늘었고, 중동과 북아프리카도 시리아 내전과 이란의 핵위협 등으로 8%나 늘었다.
연구소는 “세계 무기 시장의 ‘큰손’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바뀌고 있다”며 “아시아의 군비 증강으로 세계 군사비는 2014년 미군의 아프간 철군 이후에도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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