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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극우정당 나치 희생자 추모 거부 `파문' |
독일의 극우 정당이 지방의회에서 나치 희생자 추모 묵념을 거부하고 오히려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독일인들이 대량 살상된 일을 추모해야 한다고 주장해 독일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독일 동부의 작센주 의회는 지난 21일 나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하기 위해 의원들이 모두 의석에서 일어나 1분 간 묵념했다.
그러나 국가민주당(NPD) 소속 지방의원 12명은 이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있다가 퇴장해 소란이 빚어졌다.
NPD는 오히려 2차대전 말인 1945년 2월 연합군이 작센주 주도 드레스덴을 집중공습, 도시가 완전 파괴되고 3만여명이 사망한 일이 `폭탄에 의한 홀로코스트'라고주장하며, 이를 추모하기 위한 묵념을 하자고 제안했다.
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을 일컫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고 오히려 `연합군의 홀로코스트'를 저질렀다는 NPD의 주장에 독일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장외에서만 활동해온 NPD가 주의회에서 노골적으로 신(新)나치 성향을 드러냈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존 정당들은 여ㆍ야를 불문하고 일제히 NPD를 비난했고 23일 독일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클라우스 우베 베네터 사회민주당 원내 총무는 극우정당에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기존 정당들에 촉구했다.
기독교민주연합의 코르넬리우스 바이스 의원은 "히틀러의 심복 요제프 괴벨스의선전선동과 같다"고 비판하면서 해외에서 독일의 이미지 추락을 우려했다.
파울 슈피겔 유대인 중앙협의회장은 "나치가 없었다면 홀로코스트나 독일 도시들에 대한 연합군 폭격, 동서독 분단도 없었을 것"이라며 "NPD의 주장은 나치의 만행을 부정하려는 역사의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 의장은 특히 나치 과거사에 묶이지 않으려는 젊은 층 유권자들이 극우정당에 이끌리는 현상이 새로운 차원의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NPD는 지난해 9월 작센주 선거에서 9.2%의 지지를 얻으며 처음으로 주의회에 진출했다.
또 이웃한 브란덴부르크주에서도 극우정당인 독일민중연합(DVU)이 6.1% 지지율로 주의회 의원을 배출했다.
양당은 연방하원에도 사상 처음으로 진출하기 위해 내년 연방 총선에서 극우 정당 간 선거연합을 구성키로 지난 15일 합의한 바 있다.
극우 정당들은 독일의 경제의 장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속에서 정부가 복지 감축과 노동시장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불만이 높아지는 틈을 타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한편 일부 정치인들은 NPD 불법화 추진을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불법화될 가능성이 적으며, 오히려 NPD가 소송을 통해 승리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00년에도 독일 내무부가 NPD 불법화를 추진, 여야 정당이 지지했으냐 헌법재판소는 2003년에 이를 기각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바 있다.
내무부가 NPD의 불법성을 보여주기 위해 내놓은 증거 자체가, NPD 지휘부 내에첩자를 투입시키는 불법활동으로 수집한 것이라는 게 헌재의 취지였다.
이에 따라 NPD 등 극우세력에 맞서는 길은 학교와 교회, 시민사회단체들이 올라른 정치의식을 젊은이들에게 심어주고 민주세력이 대규모 집회로 극우세력의 시위를위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NPD는 내달 드레스덴 폭격 60주년과 5월8일 독일의 2차대전 항복일을 맞아 드레스덴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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