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22 08:26
수정 : 2013.04.22 08:26
이주로 점철된 비운의 가족사
21일 <에이피>(AP)는 타메를란(26)과 조하르(19) 형제의 아버지가 태어난 키르기스스탄을 찾아가 주민 증언을 토대로 ‘차르나예프’ 가족의 이민사를 보도했다.
체첸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무렵, 옛 소비에트연방의 민족분열 정책에 따라 키르기스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낯선 땅으로 쫓겨난 할아버지는 고철을 주워 연명하다 불발탄이 터져 숨졌다.
아버지 안조르 차르나예프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법학을 공부해 지역 검찰청에서 일했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하자 아버지는 큰아들 타메를란 등 가족을 데리고 고국인 체첸으로 돌아갔다.
체첸은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을 선언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994년 러시아군이 체첸을 침공하자, 아버지 안조르는 식구들과 함께 키르기스스탄으로 다시 돌아왔다. 1993년 체첸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은 체첸 독립운동 지도자의 이름을 따서 ‘조하르’로 지었다.
2차 체첸전쟁이 발발한 1999년 차르나예프 가족은 키르기스스탄을 떠나 러시아령 이슬람 자치공화국인 다게스탄으로 이주했다. 고국을 떠난 체첸인들이 종교적·민족적 공동체를 이뤄 집거하는 곳이었다.
이주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002년 가족은 미국으로 떠났다. “아버지 안조르는 러시아는 물론 키르기스스탄에서 겪은 체첸인에 대한 차별을 완전히 벗어나려 했다”고 키르기스스탄의 옛 이웃들은 전했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며 자식 교육에 열중했다.
둘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직후인 지난해 아버지는 자식들을 미국에 두고 다게스탄 공화국으로 돌아왔다. <시엔엔>(CNN)은 “아버지 안조르가 조만간 미국으로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아들이 이번 공격(보스턴 마라톤 테러)에 연루됐을 리가 없다’고 아버지는 말했다”고 덧붙였다.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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