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24 20:02
수정 : 2013.04.24 22:02
미 뉴욕 ‘쿠퍼 유니언대’ 학비 받기로
‘가난해도 대학교육’ 설립자 뜻 잇다
투자실패 등 재정난에 무릎 꿇어
“공기와 물처럼 교육도 무상”이었는데….
미국 쿠퍼 유니언 대학이 23일 154년 간의 ‘무상교육’ 실험에 마침표를 찍었다. 재정난에 시달려 온 쿠퍼 유니언은 2014년 가을학기부터 연간 2만달러(약 2235만원)의 등록금을 받겠다고 밝혔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쿠퍼 유니언은 1859년 사업가 피터 쿠퍼의 유산으로 문을 열었다. 피터 쿠퍼는 가난한 노동계급 뉴요커들도 양질의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예술과 건축, 공학 등 3개 분야만 가르치고, 학생이 1000여 명에 불과한데도 세계 최고의 학생과 커리큘럼을 보유한 명문대로 명성을 떨쳐왔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을 비롯해,‘아이러브뉴욕’(I ♥ NY)을 디자인한 밀턴 글레이저, 베를린 유대인박물관을 설계한 다니엘 리베스킨트 등 수많은 인재가 이 학교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재정위기는 학교의 이념과 강점마저 포기하게 만들었다. 잠셰드 바루차 총장은 대학의 1년 적자가 1200만달러(약 134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주식에 투자하려고 1억7500만달러(약 1956억원)를 대출받았다가 매년 1000만달러의 이자를 물게 된 게 가장 큰 타격이었다. 학교 이사회는 ‘무상교육’을 지키려고 지난 2년간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전공 분야 1개를 폐쇄하는 방법까지 고려했지만, 장기수익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마크 엡스테인 이사장은 23일 “학교가 생존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재정비할 시간이 왔다. 설립자의 비전은 계속 고수하겠다”며 새로운 등록금 구상을 밝혔다. 쿠퍼 유니온의 등록금은 여전히 다른 사립대보다는 낮다.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4만2622달러)과 카네기멜론 공대(4만6670달러)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또 전체 학생의 50%는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진, 동문들은 “등록금을 받으면 학교의 핵심적인 특징이 바뀔 것”이라며 ‘위대한 실험’의 종말에 눈물을 흘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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