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25 20:30
수정 : 2013.04.25 21:16
보스턴테러범, ‘감시자명단’ 있는데도
러시아서 귀국 뒤 추적않은 점 의문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숨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를 1년 넘게 테러 감시자 명단에 올려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수사국(FBI)이 2011년 타메를란을 조사하고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중앙정보국까지 ‘위험인물 관리’에 소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유력 언론은 25일 익명의 정부 관계자의 말을 따서 “러시아가 2011년 9월 중앙정보국 모스크바 지국에 타메를란의 이름을 넘겼으며, 이 이름이 10월4일 미국 본부에 전달됐다. 중앙정보국은 2주쯤 뒤에 국가대테러센터(NCC)에 요청해 그를 감시명단에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수사국은 공식 확인을 거부했으나, <뉴욕 타임스>는 연방수사국이 타메를란에 대해 “수상한 점이 없다”며 조사를 종결한 지 6개월 뒤에 중앙정보국의 조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감시명단’이란 국가대테러센터의 ‘테러리스트 신원 데이터마트 환경’(TIDE)을 뜻한다. 약 70만명이 명단에 올라 있으며, 대테러 수사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이 명단에 이름이 오르면, 수사당국에 출입국 사실이 자동 고지된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이 2012년 1월부터 7개월간 러시아 다게스탄을 여행하고 온 타메를란을 추적하지 않은 이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했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타메를란이 다게스탄에서 돌아올 무렵엔 (연방수사국의) 조사가 이미 끝났다”며 수사당국이 타메를란의 귀국에 신경을 쓰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연방수사국 수사 종료 이후 중앙정보국이 그를 감시 대상에 올린 것이 확인돼, 수사당국이 타메를란에 대한 추적을 계속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수사당국의 테러 방지 ‘허점’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24일 보스턴 케임브리지의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차르나예프 형제를 추적하다 총격 와중에 숨진 학교 경찰 숀 콜리어(26)의 장례식이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추모연설에서 “테러범들은 저급한 지하디스트들”이라고 규정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아들들은 무죄”라고 주장해온 차르나예프 형제의 부모는 곧 다게스탄을 떠나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무슬림이기 때문에 누명을 썼다”고 주장해 왔으나, 연방수사국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24일 연방수사국은 테러에 쓰인 ‘압력솥 폭탄’을 분석해보니, 장난감 차의 리모컨을 기폭장치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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