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1 20:14
수정 : 2013.05.01 21:22
방글라데시 붕괴건물 생존자 증언
공장주, 위험 알고도 작업 강요
다국적 기업도 대책 마련 나서
“(사고 당시) 8층 건물의 3층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계단 쪽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천장이 너무 빨리 무너졌어요. 큰 기계 아래 엎드려서 목숨을 구했어요.”
지난달 24일 방글라데시 다카 외곽 사바르에서 일어난 의류공장 건물 붕괴 참사의 생존자인 21살의 미싱사 메리나 카툰은 병상에 누워 30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아비규환의 순간을 증언했다.
젊은 미싱사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기계 아래 엎드린 상태로 나흘을 버텼다. “건물이 무너질 때 어느 죽은 여자의 주검 곁에서 지냈죠. 물통을 갖고 있었지만 금세 물이 바닥났어요. 휴대폰은 있었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았고요. 사람들은 오줌을 받아 마셨어요. 건물에 갇힌 한 동료는 넋이 나가버렸죠. ‘내 아들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소리치며 나를 깨물었어요.”
그는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저 죽음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희망이 없었거든요. 숨쉬기조차 힘들었어요. 바닥에 누워 사흘을 보냈고, 나흘째 되던 날 기절했어요. 깨어보니 병원이더군요.”
사고가 일어나기 전, 건물주와 공장주가 노동자들을 협박하거나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도 증언했다. “(붕괴 위험 때문에) 노동자들은 건물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어요. 그렇지만 공장주는 ‘일하지 않으면 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어요. 심지어 건물주는 ‘전문가들의 검사 결과, 건물은 안전하다’고 말했죠.”
머리와 허리를 다친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절대로 다시 옷공장에서 일하진 않을 거예요. 시골 고향에 돌아가겠어요. 작은 미싱을 사서 혼자 일하겠어요.”
400명 넘게 숨지고 1000여명이 다친 이번 사고 뒤, 카툰과 같은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대책을 논의 중이다. 영국 의류유통회사인 프리마크와 캐나다 유통회사 로브로는 30일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숨진 이들의 유족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갭, 나이키, 막스앤스펜서, 월마트 등 45개 다국적 기업의 대표자들은 방글라데시 등 제3세계 노동자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며 29일부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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