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외교장관 회담뒤 합의 발표
케리 “이달말 열자”…장소는 미정
이슬람 무장세력 처리가 관건 합의 배경은
미, 아사드정권 회의 참석 허용
러, 아사드 집권유지 고집않기로
한발짝씩 양보해 타결 이르러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시리아 내전 해결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7일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국제회의를 소집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시간 면담한 데 이어 이날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한 뒤 이런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은 반군 쪽을, 러시아는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정부를 지원하며, 분쟁 해결에 이견을 보여왔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보수적 왕정국가들을 통해 반군 쪽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고, 아사드 정부는 러시아와 이란의 외교적, 물질적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30일 제네바에서 유엔이 후원한 ‘시리아 액션그룹’ 국제회의가 열려, 폭력을 즉각 멈추고 분쟁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과도정부를 구성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하지만 미-러 양대 강국이 회의를 직접 주도하지 않은데다, 분쟁 당사자들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케리 장관은 미-러 두 나라가 주도할 이번 국제회의에는 아사드 정부와 반군 쪽 모두를 참가시키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회의가 이달 말에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시리아 액션그룹이 발표한) 제네바 성명이 시리아의 유혈 사태를 종식할 중요한 길이 될 것이다”라며 “제네바 성명이 평화의 로드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바 성명이 외교적 해결의 바탕이 될 것임을 강조한 셈이다. 지난해 제네바 성명이 불발된 최대 이유는 과도정부 구성에 아사드 정부 구성원의 참여하는 것에 대한 반군 쪽의 반대다. 반면 러시아는 아사드 정부의 퇴진을 전제로 한 분쟁 해법에 반대해왔다. 따라서 이번 미-러의 새 국제 평화회의 개최 합의는 의견 절충의 산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어떤 개인의 운명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시리아 국민들의 운명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의 집권 유지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리아에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공통의 이해관계도 합의의 배경이 됐다. 케리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두 나라는 시리아 문제에 관해, 극단주의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이익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회의 장소도 결정되지 않은 데다, 회의가 열려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처리라는 난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군에 뒤섞인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은 아사드 정부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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